사립대 '문어발 비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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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의 비리가 또다시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경북외국어테크노대(경북학원).대구외국어대(경북교육재단).경기대(경기학원) 등에 대한 감사를 벌여 교비 횡령과 교수 임용 비리 등을 적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도 열지 않고 설립자의 친척.친구를 임원으로 선정한 학교법인 경북학원과 경북교육재단 등 2개 법인의 임원 전원의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또 전임 총장의 횡령 등 불법 행위를 막지 못한 경기학원 이사 전원에 대해 임원 취임승인 취소 계고 조치를 하기로 했다. 계고를 받은 법인이 일정기간 안에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면 현 임원의 취임승인을 취소한 뒤 역시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교육부는 이들 3개 대학의 불법 집행액 176억700만원을 회수하고 14명을 파면.해임하는 등 관련 임직원 67명의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 결과 발표로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학 설립자가 ▶학교 돈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친족을 임원으로 불법 선임하고▶교원임용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등 그동안 사학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 학교 돈 멋대로 써=경북외국어테크노대(전문대) 설립자 박모씨는 학생 등록금 통장 등에서 교비 118억500만원을 횡령했다. 이 중 61억200만원은 1997년 대구외국어대 설립 자금으로 썼고, 57억여원의 관련 회계 자료를 폐기했다. 또 2000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63차례의 이사회를 열었다고 했으나 이 중 61차례는 이사회 회의록만 가짜로 작성했다. 박씨는 대구외국어대도 설립 이후 한 차례의 이사회도 열지 않고 거짓으로 35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경기대는 전임 손모 총장이 교비 59억5300만원을 불법 인출해 체육선수 육성비로 3억3900만원을 쓴 뒤 6억5000만원을 반납하지 않았다. 손 전 총장은 또 골프부 훈련용 회원권을 개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쓰기도 했다.

◆ 교원임용.입학전형도 비리=경기대는 교수 공채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의 연구실적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모두 6명의 합격.불합격이 바뀌었다. 면접 심사 때 특정인에게는 만점을 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최하위 점수를 주는 일도 있었다. 이 학교는 또 2001~2004년 수시.특차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모두 32명의 입상 실적 등을 잘못 반영했다.

경북외국어테크노대는 교수로 채용할 사람을 미리 정한 뒤 형식적인 면접으로 2001부터 4년간 90명을 뽑았다. 이 중 54명은 임용 계획을 공고하지도 않고 특별채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원자격 미달자 9명이 임용됐다. 대구외국어대의 경우 심사위원도 없이 설립자가 직접 면접해 점수를 임의로 주는 식으로 교수 10여명을 채용했다.

◆ 학생 채우려 고교교사에 뇌물도=경북외국어테크노대는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자 고교 교직원들에게 식사 대접과 선물비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1억93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방사립의 심각한 신입생 모집난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해 2곳의 전문대 감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 감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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