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위험군 사망자들, 첫 증세 뒤 7~8일 만에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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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사망자는 28일 현재 33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폐부전으로 25일 숨진 42세 여성이 신종 플루에 의한 사망자라고 이날 발표했다. 이 사망자는 평소 건강했던 비고위험군이다. 이로써 국내 신종 플루 사망자 중 비고위험군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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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비고위험군 사망자의 증세와 치료시점, 사망까지 걸린 기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치료가 늦게 시작됐고, 사망에 이르기 직전에 증세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상태 급격히 악화=첫 증세를 나타낸 지 21일 만에 사망한 7세 남자아이를 제외하고는 건강했던 성인 전원이 신종 플루 증세를 보인 지 7~8일 만에 숨졌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증세를 보인 후 48시간 이내에 투약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의료기관을 찾은 당일 투약받은 경우는 상당히 위중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은 42세 여성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26세 여성은 아예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았고, 다른 사망자들 역시 3~5일 뒤에야 투약이 이뤄졌다. 특히 42세 여성 사망자는 본인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 17일 처음 증세가 나타났으나 23일에야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때는 이미 폐렴으로 악화된 상태였다. 또 그가 찾았던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병상이 동나 위중한 상태로 인근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측이 부랴부랴 타미플루를 투여했으나 투약 중인 25일 숨졌다. 좀 더 일찍 의료기관을 찾았거나 처음 찾은 의료기관에서 좀 더 빠르게 치료했더라면 생명을 건질 수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사망자는 처음엔 신종 플루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보건당국의 신종 플루 진단기준인 37.8도에 못 미치는 미열과 몸살 기운만 있었다. 이런 증세가 며칠 이어지다 20일에 발열·기침 등 본격적인 신종 플루 증세를 보였고 바로 다음 날 급격히 나빠져 호흡곤란에 이르렀다. 결국 25일 폐부전으로 숨졌다.

 ◆정부, 역학자료조차 없어=신종 플루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 보건당국이 가진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환자의 초기 증세와 타미플루 투약 여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 정도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각 보건소로부터 사망자가 보고되면 신종 플루가 직접적인 사망원인인지, 평소 고위험군이었는지 여부만 찾아내고 있다. 유족의 반발로 부검을 못해 정확한 사인 규명도 미흡하다.

대책본부 권준욱 과장은 “최근 외국 유명 학회지 등에는 고도비만과 흡연이 신종 플루의 위험요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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