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 진땀뺀 승리 박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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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 당선자가 28일 경남 양산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양산=송봉근 기자]

분열의 대가는 매서웠다. 친노무현 사람들의 공세도 무서웠다.

28일 양산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당선자는 끝내 웃었다. 하지만 개표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여당의 강세 지역에서, 선거 직전까지 당 대표를 지냈던 이력의 소유자로선 ‘초라’할 수 있는 결과였다.

오후 9시쯤 투표함이 열렸고 1만여 표의 ‘주인’이 가려졌을 때 현장에선 탄식과 감탄이 오갔다.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6016표를 얻어 박 당선자(6018표)와 불과 두 표 차가 났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사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이후 1시간30여분간 두 사람은 100여 표 차이의 피말리는 싸움을 했다. 209표(13.5% 개표)→535표(18.1%)→432표(23.2%)→788표(29.9%)→346표(38%)→630표(42.4%)….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송 후보는 지난해 총선 때 무소속으로 나섰다. 민주당 기피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7%만 득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섯 배 가까운 34%를 얻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형성된 친노 정서와 문재인·이해찬 등 친노 사람들의 성원 덕분이었다.

같은 시간대 한나라당에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양수·유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20%를 넘나들었다. 박 당선자가 내내 고전한 이유다.

박 당선자와 송 후보 간 표 차이가 세 자릿수대가 된 건 오후 10시30분이 넘어서였다. 45.4%를 개표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박 당선자가 1033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0여 분이 흐른 뒤 표차는 2000여 표로 늘었고 최종적으론 3299표였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뒤 “고전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한참 웃었다. 다소 헛헛한 웃음이었다. 그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고맙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며 "양산 시민에게 승리를 바치고 앞으로 경제를 활짝 꽃 피워 국민이 잘 살도록 열심히 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그만 승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6선 국회 의원이라는 지역과 국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7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때 “반드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낙천, 아예 출마 기회를 갖지 못한 그는 이번에 화려하게 재기, 6선의 국회의장이 되는 게 꿈이다. 친박근혜계도 열심히 도왔다.

그는 결국 그의 바람대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만큼 화려하진 못했다.

고정애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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