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꽃게·홍어 몰린 서해 ‘그물 터질 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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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남 목포수협 공판장에서 어민과 인부들이 위판할 조기들을 크기 별로 골라 상자에 담고 있다. 최근 신안군 흑산도 근해에는 조기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요즘 전남 목포의 목포항·북항에 가면 부두에서 어민들이 그물에 낀 조기를 떼어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업 현장의 선상에서 하던 일인데 조기가 워낙 많이 잡혀 그물째 가지고 항구로 들어와 육상에서 작업하는 것이다.

요즘 신안군 흑산도 근해에는 조기 황금어장이 형성됐다. 28일 목포수협에 따르면 닷새 정도 걸리는 출어마다 한 척이 많게는 1000상자(상자당 크기에 따라 150~200마리)까지 잡고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목포수협에 위판된 조기는 4722t으로, 위판액은 208억원에 달한다. 조기잡이는 추석 무렵에 시작돼 근해에서는 12월 말까지 이어진다. 요즘의 추세라면 지난해 목포수협의 조기 위판량(1만2360t)에 육박할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인천 앞 바다의 꽃게 풍어는 ‘연평도에서는 개도 게를 물고 다닌다’던 과거를 연상케하고 있다. 인천 옹진수협에 따르면 9월부터 시작된 꽃게잡이에서 27일 현재까지 3901t이 잡혔다. 지난해 가을잡이(9∼11월)의 전체 어획량 3800여t을 이미 앞질렀다. 옹진수협은 “11월 말까지 5000t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도 어장에서만 주로 잡히던 꽃게는 올해 백령·대청도 어장으로 확대됐다. 까나리 잡이와 다시마·전복 채취에 치중했던 백령·대청도 어선들도 올가을에는 꽃게잡이에 몰렸다. 김봉남 백령도 진촌어촌계장은 “척당 하루 300∼400㎏씩 잡았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남면·근흥면 앞 바다에는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멸치 어장이 형성돼 하루 평균 40t 안팎씩 잡히고 있다. 어민들은 “태안 앞바다의 수온과 염분이 멸치 산란에 적당하기 때문”이라며 “멸치가 큰 물고기의 먹이 역할도 하면서 고등어·갈치까지 잘 잡힌다”고 말했다.

신안군 흑산도·홍도 부근에는 ‘물 반 홍어 반’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25일과 26일 홍어잡이 배 6척의 위판 물량이 2978마리(15.2t)로 척당 어획량이 약 500마리에 이르렀다. 홍어는 1990년 초반만 해도 자원 감소에 따른 흉어로 전문 어선이 한 척으로 줄고, 4~5일씩 조업해 십수마리밖에 건져 올리지 못했다. 나이가 많은 섬 주민들은 “이번처럼 많은 홍어를 본 적이 없다. 바다가 미친 모양”이라며 놀란 표정들이다.

◆왜 풍어인가=서해안 풍어는 ▶어족 자원 증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어민들의 자구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의 임양재(46) 연구관은 “남획으로 급감했던 어족자원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근해 어선들을 보상 후 폐선시키는 감척(減隻) 사업과 EEZ(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입어 통제를 통해 서해에서 고기 잡이 어선을 줄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해양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싹쓸이 조업도 줄었다. 서해·제주 해상에서의 중국 어선 나포는 2007년 494척, 2008년 432척이었고, 올해는 9월 말 현재 173척이다. 이영무 흑산수협 상무는 “어민들이 바다 밑바닥으로 그물로 끌고 다니는 저인망 조업을 자제하고 금어기(禁漁期)를 지키는 자구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꽃게의 경우 2004년부터 강화해 온 어족자원 보호와 치어 방류사업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알을 밴 암컷이나 어린 꽃게의 포획·유통을 금하면서 꽃게의 산란 자원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인천·목포=정기환·이해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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