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교토 은각사(銀閣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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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를 찾는 외국 관광객의 대다수가 금각사(金閣寺 : 긴카쿠지)를 필수 코스로 삼는 대신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는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박을 입힌 화려한 금각사에 비해 은각사는 은박도 없고 규모도 작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인 중에는 은각사를 더 좋아하는 이가 많답니다. 왜 그럴까요.

은각사라는 별칭이 더 유명한 자소사(慈昭寺: 지쇼지)는 무로마치 막부 제8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지은 산장을 그가 죽은 뒤 절로 개조한 것입니다. 이 절 도큐도(東求堂) 안에 도닌자이(同仁齋)라는 차실이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차실로 다다미 4장 반 크기의 좁은 방입니다. 그 뒤 도닌자이가 일본 차실의 표준이 됩니다. 인간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고 하듯이 좁은 차실이 같은 역할을 하나 봅니다. 은각사는 작은 차실로 일본인의 소중한 정신적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일본 국보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입니다.

은각사에서 눈여겨볼 것이 관음전 앞에 모래로 만든 지센카이유식 정원입니다. 모래를 파도 모양으로 너울지게 한 은사탄(銀沙灘)과 후지산을 상징한다는 향월대(向月臺)는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형물입니다. 일본인들이 무척 자랑하는 것이니 그 의미를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각사 앞 ‘철학의 길’이라는 산책로를 걸어 보세요. 니시다 기타로라는 철학자가 산책을 했다는 길입니다. 개울을 따라 30분쯤 걸을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일품입니다. 산책로 주변에 카페가 많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이 제법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경제가 어려워 그렇게 되었는데 회복될 가망이 없어 걱정이랍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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