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무장관 인사권 독점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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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파리〓배명복 특파원]법원과 검찰을 포괄하는 사법권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제2단계 사법개혁안을 1일 공개했다.

1단계 개혁안이 사법권 독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비해 2단계 개혁안은 사법권의 대(對)국민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된다.

엘리자베트 기구 법무장관이 상.하원의 전 의원에게 발송한 2단계 개혁안의 핵심은 ▶법원.검찰의 독립성 강화▶판사.검사의 윤리.책임 강조▶소송당사자의 불만 처리제도 도입 등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든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던 법무장관의 권한을 일부 제한토록 했다.

법무장관은 검사장급 이상의 주요 검찰간부에 대한 인사만 그대로 맡고 하위직 검사에 대한 인사는 프랑스의 최고사법기관인 최고사법평의회(CS

M)로 이관한다.

이를 통해 일선 검사들이 정치권이나 검찰간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윤리 부분도 강화, 사법관(검사 및 법관)들이 현직에 있을 때 담당했던 사안과 관련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일반직 공무원의 윤리조항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또 사법관들이 한 근무지에 장기근속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토착비리 문제를 막기 위해 각급 법원장이나 검사장은 동일 근무지에서 5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며 예심판사 등 특수사법관의 경우 10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소송당사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왔던 사법관에게 기소와 재판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소송당사자들의 담당 사법관에 대한 불만 처리를 전담할 독립적 성격의 국가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대법원 판사들이 자체 선임한 대법관 1명과 국가중재인 및 의회가 각각 선임한 재야 법조인의 3명으로 구성될 '소송당사자 불만 심사 국가위원회' 는 검사나 판사들의 부당한 수사 및 판결지연, 편파적 사건처리 등에 대한 소송당사자들의 민원을 접수, 처리하게 된다.

현재는 담당 사법관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제기할 공식창구가 없어 매달 2천건 이상의 민원이 법무장관실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위원회는 민원인의 불만이 타당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이를 법무장관이나 해당 법원장 또는 검사장에게 통보하고 법무장관이나 법원장.검사장은 해당 사법관에 대한 징계심사를 최고사법기관인 CSM에 건의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법관의 직무상 과실이나 직업윤리상 문제에 대한 CSM의 징계심사는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해왔으나 사생활 또는 국방기밀이 관련된 경우가 아닌 한 공개심사토록 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개키로 해 사법관의 책임이 크게 강조된다.

사법관의 민사상 책임도 크게 강화, 사법관들의 부당한 업무처리나 과실로 소송당사자가 피해를 보았을 경우 현재는 '중대한 과실' 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으나 '단순한 과실' 만으로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프랑스에선 지난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재무장관이 부패 스캔들 연루 혐의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정식 입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하게 되자 '검찰공화국' 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 높아져 왔다.

사법개혁안이 포함된 헌법개정안이 다음달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프랑스 사법부의 독립성은 현재보다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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