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 중선거구제 '사면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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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래, 나 혼자 뛰어다니는 것 같은가. "

자민련 박태준(朴泰俊.TJ)총재가 2일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정치권의 흐름이 자기만 빼놓고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절충쪽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에 몹시 마음이 상한 듯하다.

그동안 朴총재는 지역정치 해소, 돈 적게 쓰는 정치를 내걸고 중선거구제 관철에 모든 것을 걸어왔다.

그런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단독회담을 통해 선거법 일괄타결을 모색하고, 김종필(金鍾泌)총리마저 "중선거구든 소선거구든 집착하지 않는다" 는 자세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때문에 "TJ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고 자민련 당직자가 전했다.

朴총재는 "金대통령이 (이회창 총재에게)중선거구제안을 양보할 것으로 보느냐" 는 기자 질문에 "내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 마시오" 라고 말을 끊었다.

대신 그는 "李총재가 국회의원 수를 2백99명 그대로 유지하겠다니. 시중에 나가면 큰일날 얘기야" 라고 비난했다.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

TJ를 포함한 자민련의 영남출신 의원(11명)들은 한 선거구에서 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에 필사적으로 달라붙고 있다.

이정무(李廷武). 박구일(朴九溢). 김동주(金東周)의원 등은 이날 낮 TJ를 초청해 긴급 모임을 가졌다.

의원들은 "중선거구제가 안되면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 이라고 결의했다.

TJ는 묵묵히 눈을 감고, "내 결심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고만 답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불행한 일' 이란 공동정권 철수→독자세력 결성을 의미한다고 귀띔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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