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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대안가정이냐 결손가정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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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멋있잖아요. 내 힘으로 내 아이 기르겠다고 하는 모습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싱글즈'와 '바람난 가족'은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을 쿨하게 그려 신세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1970.8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류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혼모는 사생아를 낳고 후처 자리에 머물며 결국 아이를 빼앗기는 불행한 여인으로 설정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지난해 MBC TV '옥탑방 고양이'의 성공 이후 '동거 커플'은 안방극장에서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대부분 비정상적이고 부적절한 것으로 묘사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드라마에서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차이다.

인기 연예인들이 일정기간 입양아를 돌보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TV '일요일이 좋다-사랑의 위탁모'의 제작진은 처음부터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방영 이후 입양기관마다 위탁모 지원자가 쇄도하고 입양 문의가 늘어나는 등 반향이 컸다.

대중문화 속 가족이 달라지고 있다. '자발적 비혼모(非婚母)'가 당당한 신세대 여성의 대표주자로 등장하고 "같이 잘 살면 되지 굳이 결혼을 해야 하느냐"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혼.사별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보편적인 것이 되었고 무자녀 가정과 입양으로 맺어진 비혈연 동거가정 등도 자주 등장한다.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여성학)는 "다양한 형태의 '대안가족'은 드라마를 극적으로 끌고가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 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대안가족을 '정상가정'에 반하는 '결손가정'으로 여기는 편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건강가족기본법에는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교수는 "이는 출산을 하지 않거나 이혼.동거를 하거나 독신으로 사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입양자격을 '혼인 중일 것'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유경희 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정책적인 배려"라며 "서로 다른 모습.다른 목표로 구성된 가족이 늘어나는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맞게 법적인 가족의 범위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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