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도전현장-중국] 하이얼 장루이민 총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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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마전 홍콩의 아시아위크는 21세기에 반드시 알아야 할 중국의 50인을 꼽았다. 지식영웅으로 꼽힌 인물이 하이얼의 장루이민 총재였다. 張총재 같은 기업가가 많을수록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시간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주석이 따라 붙었다.

張총재의 나이는 중국에서 '라오싼제(老三屆)' 라 불리는 연령이다. 문혁(文革)의 광풍이 절정에 달한 66, 67, 68년 3년 중에 중.고교를 졸업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졸업 후엔 곧바로 시골로 강제노역을 떠나야 했기에 대학을 가보지도 못한 불운의 세대다.

그러나 張총재는 쓰러져가던 하이얼을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로 일으켜 세우고, 적자에 허덕이는 18개의 회사를 합병해 반년만에 흑자를 냄으로써 과거의 불운을 말끔히 털어내고 개혁.개방 중국의 떠오르는 새별이 됐다.

- 21세기를 맞는 중국 기업들의 당면 과제는.

"조직을 시장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회사 조직은 보통 피라미드 형태로 사장→간부→사원의 순이다. 이를 ▷형태로 바꾸자. 사장과 사원 모두의 상사로 시장이 자리잡는 것이다. 중국 기업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명하달의 계획경제 관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전 중이다. "

- 저임금의 중국을 두고 고임금의 미국에 냉장고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진정한 국제화란 해외에서 그 지역의 인재와 자금을 이용, 이윤을 챙길 만한 수준을 말한다.

미국의 인건비가 중국보다 비싼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인의 사고나 취향의 변화에 맞춰 가장 빠르게 품질과 디자인을 개선, 미국 시장에 도전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미국내 공장 건설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 미국 소비자들에게 '하이얼〓싸구려.저질의 중국제' 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생각이다. "

- 중국 기업들의 '중화파이' 브랜드 구축 노력이 대단한데.

"브랜드는 한 기업의 문화, 한 민족의 정신을 대변한다. 공장을 많이 짓고 투자를 많이 하거나 또 생산을 많이 한다고 해서 브랜드 구축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제품 속에 함축된 직원들의 정신, 즉 혼이 깃들일 때 명품이 나온다. 하이얼은 광고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명품을 만들면 자연히 소문이 퍼지고 판로가 열린다고 믿는다. "

- 당신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관리자 아닌 피관리자로서 더 오래 생활했다. 어떻게 해야 사원들이 내 생각을 받아들이고 좋아할까를 오랜 기층(基層)경험을 통해 얼마간 터득한 것 같다. 하이얼의 발전모델이 중국 어디에서나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지역과 각 회사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 지역과 그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사원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관리해야 비로소 승산이 있다. "

칭다오〓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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