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 최대 피해자는 내아들"…친자 확인한 백지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간에 화제가 됐던 방송인 백지연(35)씨 소문의 진상은 DNA검사 결과 白씨의 아들이 전 남편의 친자로 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白씨는 현재로서는 스포츠투데이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과 전 남편에 대한 친권상실 소송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 그간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소문이 한 스포츠신문 1면에 기사화된 이후 죽음과 같은 고통의 나날이었다. 지리산으로 누비라 광고촬영을 가던 날은 모 방송국 9시 뉴스가 소문을 사실처럼 보도해 친정어머니가 쓰러지셨다. 졸도한 어머니 옆에서 아이 혼자 공포에 질려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옆집 부인이 전화로 알려왔을 땐 정말 세상에 대한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 그간 놀랐만큼 의연히 대처했는데.

"진실을 쥐고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가 있어 견뎌낼 수 있었다."

- 시가와 전 남편이 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아이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

"배부전씨나 소송 중인 스포츠지 기자보다 전 남편에게 더욱 분노를 느꼈던 부분이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도 용납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해명이 안된다고 본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에 대해 공연히 해코지한다면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그간 내 아이를 생각해 시가와 전 남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 소문을 전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자고 나면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엄연한 진실이 조직적으로 왜곡되는 것에 경악했다. 아이와 진실을 위해 법으로 명백히 밝혀야 했다. 소문은 본질적으로 내가 아니라 아이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했다. 심심풀이로, 혹은 단지 재미있는 기사를 위해 소문을 전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 여성으로서 성공했으나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 드나.

"결혼은 최악의 선택이었고 불행했다. 하지만 이혼으로 불행의 연장을 막았고 후회없다. 이번 사건으로 이혼이 잘한 선택임을 또다시 확인했다. 나는 '시계추' 처럼 살았다. 학생 시절에도, 결혼해서도 '학교.집' '직장.집' 만을 왕복했다. 아이 때문에 뉴스진행도 아침뉴스로 옮겼으며 아이를 등에 업고 대학원 공부를 한 날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일에서 성공할수록 소문은 증폭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황색 저널리즘이 더 이상 성공한 여성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 앞으로 계획은.

"소문이 사실이 아닐수 있으며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다. 고통은 끝났지만 단지 약자여서 매도되거나 핍박받는 사람이 있다면 돕겠다. 아직 스포츠투데이에 대한 명예훼손소송과 전 남편에 대한 친권상실소송이 계류 중이다. 소송에 전념하느라 중단했던 방송.강의도 다시 시작하면서 '새로운 일' 을 준비 중이다. 사랑하는 아들의 자랑스런 엄마가 되기 위해 나의 생을 열심히 살아가겠다."

이경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