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동국제약 마데카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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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병풀’은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이 섬 주민들이 옛날부터 피부병과 한센병을 치료하는 민간 약재로 써왔다. 학명은 ‘센텔라 아시아티카’. 호랑이가 상처가 나면 풀더미에서 뒹굴었다고 해 ‘호랑이풀’로도 불린다.

동국제약의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이 풀을 원료로 써서 마다가스카르 섬의 이름을 땄다. 동국제약이 1970년 프랑스 라로슈 나바론사(현재 로슈사)로부터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마데카솔이란 브랜드명도 그대로 썼다. 빨간색 소독제만 주로 바르던 시절 등장한 본격 상처 치료제였다. 제품력이 있다고 본 동국제약은 라로슈 나바론사와 협의해 제조법을 전수받아 78년부터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 84년부터는 특허기간이 끝나 원료 추출에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한다.

마데카솔이 현지에서 한센병 치료용으로도 쓰인다는 데 착안, 80년대부터 소록도에서도 영업을 했다. 동국제약 영업사원들은 통행증을 발급받아 출발, 배를 갈아타고 걸어 들어가는 방법으로 한 달에 2~3번씩 한센인 정착촌에 들어갔다. 마데카솔의 장점을 알리고 한센인들과 식사도 함께했다.

위기는 95년에 닥쳤다. 개발사인 라로슈 나바론사가 신텍스사에 인수되고, 다시 로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새 주인인 로슈사와 마찰이 생겨 원료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 것. 권동일(1938~2001) 당시 동국제약 회장은 원료확보팀을 마다가스카르에 급파했다.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직원이 현지에 가는 데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이미 다국적 업체와 계약을 한 현지 상인들을 수소문해 한 달여간 설득, 100t의 원료를 확보했다. 이후부터 안정적으로 마다가스카르에서 원료를 직접 공급받고 있다. 올 1월 농촌진흥청 김옥태 박사가 조직배양 기술을 써 병풀을 국내에서 시험 재배하는 데 성공, 조만간 국내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동국제약은 연고·분말·정제·패치 등의 마데카솔 브랜드로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매출 1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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