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국제인권재단 마크 아지 이사장 "中정부는 탈북자 색출·송환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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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주 이전의 자유' 라는 기본권적 관점에서 탈북자 문제가 취급돼야 합니다."

한국.프랑스 정법학회(회장 趙柄倫)주최로 지난 26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범세계적 인권보장과 북한 인권문제' 세미나에 참석한 프랑스 국제인권재단 마크 아지(63)이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색출.송환 정책을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프랑스 국제인권재단은 지난달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앞서 몇몇 인권단체와 함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면담, 양국 정상회담 때 중국 내 인권탄압.티베트 문제 등과 함께 탈북자 문제를 언급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단체.

실제로 정상회담 때 시라크 대통령이 이 단체의 입장을 표명하자 江주석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잘 알았다" 며 얼버무렸다고 한다.

하지만 아지 이사장이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발제문에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은 빠진 채 일반적 인권개념만 거론됐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 며 직접적 답을 피했다.

국가인권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의식, 혹시나 생길지 모를 중.프랑스간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민주화가 진전되면 중국 내 탈북자 문제도 실마리가 풀릴 것" 이라는 말로 탈북자 보호 대신 색출.송환에만 신경 쓰는 중국의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장으로 활동하는 김상철(金尙哲)변호사는 지난달 중국 현지조사 결과 조사대상 탈북자 1천3백명 중 55%가 북한으로 송환된다면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답할 정도로 체포.송환에 따른 공포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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