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따라잡기] 독립놓고 수십년 교파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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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아일랜드 최대 정치세력인 얼스터연합당이 지난해 4월 마련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안을 공식 추인함으로써 북아일랜드에 평화가 성큼 다가섰다. 북아일랜드 갈등의 역사와 평화협상 이행과정, 남은 과제들을 알아본다.

◇ 북아일랜드 분쟁사〓신.구교도간 피비린내 나는 갈등의 역사는 멀게는 18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정치.종교의 자유를 위해 투쟁을 벌였지만 가혹한 탄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1800년 영국에 합병됐다.

이후 영국은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 신교도 이주정책을 펼쳤고, 아일랜드는 끈질긴 투쟁을 벌여 결국 1921년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신교도가 다수인 북부 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하게 됐다. 분쟁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가톨릭교도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자들은 영국지배에 강력히 저항했고, 신교도들은 잔류를 고집했다. 양측의 대립은 테러와 복수극으로 점철됐다.

72년 영국정부는 가톨릭교도 차별정책을 펼치면서 자치권마저 접수, 구교도의 '피의 저? 을 촉발시켰다. 인구 1백60만명 중 구교도의 비율이 43%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및 군인의 절대다수를 신교도가 차지함으로써 구교도의 소외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 30년간 양측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만 3천4백명에 이른다.

◇ 평화협정 이행과정〓북아일랜드의 갈등은 지난해 4월 10일 영국.아일랜드 정부와 북아일랜드 8개 정파들간에 이뤄진 평화협정이 타결됨으로써 해결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구성▶무장해제 등이다.

그해 5월 22일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71.1%의 지지율로 협정안을 받아들였으며, 6월 25일 총선에서 의석 1백8석 중 협정지지 정당들이 76석을 차지하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수순이 착착 진행됐다.

그러나 8월 오마에서 발생한 차량폭탄 테러, 벨파스트에서의 신.구교도 유혈충?등으로 다시 갈등기미가 보였고 구교의 무장조직인 IRA는 무기를 자진 반납하라는 영국정부의 요구를 거부, 협정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지루한 갈등은 지난달부터 해소기미를 보였다. 지난달 16일 얼스터연합당은 '자치연립정부에 IRA의 정치기반인 신페인당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IRA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는 기존입장을 철회했다.

이튿날 신페인당도 "무장해제 감시기구와 협의를 담당할 대표를 임명하겠다" 고 화답함으로써 교착상태를 보여온 협정이행에 전기가 마련됐다.

곧 이어 영국정부 역시 얼스터연합당이 평화협정을 추인할 경우 다음달 2일 새 북아일랜드 정부에 실질적인 권력을 이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향후 일정과 남은 과제들〓북아일랜드 새정부의 총리는 얼스터연합당의 데이비드 트림블 당수, 부총리는 구교계인 사회민주노동당의 시머스 말론 당수가 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나머지 10자리의 각료도 신.구교 같은 수로 이뤄지는데, 신페인당도 두자리를 맡게 된다.

새정부 구성 직후 영국정부는 통치권을 북아일랜드 내각에 이양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북아일랜드 정부의 첫 각의가 열리면 수시간내에 신.구교계 무장조직들이 국제무장해제위원회와 회담을 갖게 된다.

평화협정 완전이행의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이 조직들의 무장해제 여부에 달려 있다. 평화협정에는 무장해제가 북아일랜드 주민투표에서 협정이 비준된지 2년이 되는 내년 5월 22일까지 이뤄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이 순순히 무기를 버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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