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박주선씨 주변] 김씨 "박전비서관 고초줬다" 박씨 "공무상 비밀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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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태정 전 검찰총장과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28일 외부와의 접촉을 삼간 채 변호인 등 주변 측근들을 만나는 등 향후 검찰 수사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金전총장은 이날 집과 사무실 전화 및 휴대전화 등 평소 연락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끊었다. 특히 언론 등과의 접촉을 삼갔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임운희(林雲熙)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보고서 유출과 관련된 법률 검토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林변호사는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좀더 지켜 본 뒤 金전총장과 상의해 입장을 밝히겠다" 며 "이르면 29일 중 입장 발표가 있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주변 측근들에 따르면 金전총장은 자신 때문에 결과적으로 朴전비서관이 현직에서 낙마하고 검찰 수사까지 받는 고초를 겪게 된 데 대해 크게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나 "집사람이 신동아측의 조직적인 로비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박시언씨에게 문건을 보여줬을 뿐" 이라며 고의적으로 피의자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金전총장의 자택 주변은 金전총장 부부가 며칠째 집을 비워둔 상태여서 한적한 분위기였다.

빌라 관리인들과 주민들에 따르면 金전총장 부부는 최병모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지난 24일 이후 귀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朴전비서관은 하루 종일 집을 떠나 생각을 가다듬으며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아무런 입장을 밝힐 수 없으며 자숙하면서 수사에 대비하겠다" 고 말했다.

그의 측근들은 '여론몰이' 식 분위기만 아니라면 金전총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朴전비서관의 행동이 법률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법무비서관은 국가공무원들의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자리로 평소에도 비리 혐의 공무원들을 내사, 결과를 대통령 등에게 보고한 뒤 당사자에게도 직접 이를 통보해 자숙과 반성을 촉구해 왔다" 며 "검찰총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것 자체만으론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볼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朴전비서관이 문건을 건넨 이유도 검찰총장 부인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보고한 뒤 "부인과 관련된 내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앞으로는 부인 관리를 잘 하라는 차원에서 준 것" 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욱.최현철.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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