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D - 1 … 대선 같은 여야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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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심스럽다. 다섯 군데가 다 쉽지 않은 선거다.” “수험생 기분이다. 조마조마하다.”

10·28 재·보선까지 이틀 남겨둔 26일 선거 사령탑인 한나라당 장광근,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의 심경이다. 두 사람의 얘기를 종합하면 5곳 중 강릉은 한나라당의 우세다.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과 수원 장안·안산 상록을·양산 등 네 곳은 말 그대로 접전 중이다. 특히 수원 장안과 충북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게 양당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양당의 막판 전력도 이곳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마지막까지 도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의 총력전 양상이 마치 “대선전을 방불케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양당이 각별히 챙기는 승부처가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10·28 재·보선 접전지역인 수원 장안을 방문했다. 26일 경기도 수원시 파장시장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왼쪽 사진의 왼쪽)와 박찬숙 후보는 전을 부쳐 판매하고,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오른쪽 사진의 왼쪽)와 이찬열 후보는 한 상인의 손수레를 함께 밀어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성대생 3300표 잡아라
수원 장안

◆수원 장안의 ‘율전 제8투표소’=한나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당초 충북 지역에 집중 배치하려던 소속 의원들을 수원 장안으로도 분산시켰다. 수원 장안 지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박빙의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 장안 지역 중에서도 각 당 선거 전문가들이 승부처로 꼽는 건 수원 성균관대 대강당에 설치될 ‘율전 제8투표소’다. 이유가 있다. 유권자 4700여 명이 투표할 곳인데 이 중 3347명이 성대생이다. 주민들이 인근 전철역(‘성균관대역’)의 명칭을 바뀌기 이전의 ‘율전역’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학 측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소 옮기기 운동을 벌였고,이에 응한 기숙사생들이 대거 유권자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이 이들을 그냥 보아 넘길 리 없다. 26일 낮 대학교 내 기숙사식당에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일행이 한데 뒤엉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미 24일 밤 성대생들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이곳에서 ‘선거 바람’이 인 건 최근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측이 “20대에서 약하다는 통념과 달리 한번 해볼 만하다”며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여야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나라당은 아예 성균관대 출신인 정병국·현경병 의원이 캠퍼스 내에 상주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성대생들을 겨냥한 공약도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명함에 아예 ‘기숙사 전기요금을 가정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적용받도록 확정했다’고 새겼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도 “성균관대의 민원에 귀 기울이고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고정애 기자



‘무주공산’ 증평 잡아라
충북 증평 - 괴산 - 진천 - 음성

◆‘증평의 힘?’=이번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5곳 중 무려 4개 군이 합쳐진 광대한 선거구가 바로 충북 증평-괴산-진천-음성이다. 4개 군이 한 선거구이다 보니 소(小) 지역대결 구도로 선거전이 치러지고 있다. 유권자 수로만 보면 음성이 7만268명으로 가장 많고, 진천(4만7643명), 괴산(3만1684명), 증평의 순이다. 증평은 유권자 수가 불과 2만5124명으로 가장 적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찾는 곳이 바로 증평군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일종의 중립지대이자 소외지대이기 때문이다. 각 당 후보들 중에서 민주당 정범구·자유선진당 정원헌 후보는 음성 출신이다.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는 괴산이 고향이고, 무소속 김경회 후보는 진천 출신이다. “가장 큰 음성에서 두 후보가 출마한 만큼 표를 나눠 갖는다고 볼 때 결국 후보들 중 누구도 연고가 없는 증평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각 당 선거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26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아예 증평에서 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포함해 당직자들은 “증평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괴산과의 통합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경대수 후보가 당선되면 충청권을 대표해 예결위 조정소위위원으로 추천하겠다”고까지 약속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같은 날 오후 증평 장뜰시장을 정범구 후보와 함께 돌았다. 정 대표는 “맘 좋게 언젠가는 되겠지 기다리자고 해선 안 된다”며 “심판할 수 있을 때 (정권을)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호·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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