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 증파 규모 두 갈래로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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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 육군의 시신을 담은 관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의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 운구되고 있다. [델라웨어 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최근 대·소규모 두 가지 병력 증파 방안을 놓고 비밀 가상 전쟁게임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가상 전쟁 게임 결과 대규모 증파 가 바람직한 것으로 판명된 경우 주한 미군 병력 일부의 중동 배치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가상 전쟁게임은 22일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을 중동으로 파병하는 방안을 처음 거론한 마이크 멀린 미 국방부 합참의장이 주도했다.

전쟁게임을 통해 검토한 제1안은 4만4000명을 증파하는 방안이었다. 전면적인 반군 토벌전을 전개하기 위해선 이 정도 병력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아프간 국토 수복과 안정적인 정부 수립 과정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점검했다.

또 해병대 등 1만~1만5000명 규모의 병력을 증파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대테러전 플러스’로 명명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병력만 보충하는 제2 안이다.

두 방안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의 총지휘관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미군 사령관의 분석을 기초로 입안됐다. 전쟁게임의 결과는 곧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WP는 이번 가상 전쟁게임이 1만~1만5000명 규모의 증파로는 아프간 남서부 탈레반 근거지를 탈환하는 데 필요한 힘을 얻기 어렵다는 가정 아래 진행됐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어느 한 가지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두 시나리오에 대한 탈레반과 아프간·파키스탄 정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의 예상 반응을 점검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증파 놓고 군·정부 내 갈등=혼돈에 빠진 아프간 전쟁의 수행 전략을 놓고 9월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 간에 의견 충돌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수주 안에 아프간 전략을 확정한다는 방침 아래 장고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병력 증강 대신 무인폭격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해 탈레반 소탕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과 존스 안보보좌관도 증파에 회의적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증파, 그것도 대규모 병력 파견을 지지하고 있다. 매크리스털의 직속 상관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중부군사령관과 멀린 합참의장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에게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병 비용도 쟁점=전략 차원에서 아프간 전쟁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를 결정하는 문제 못지않게 파병 비용도 논쟁의 핵심이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에 파병한 6만8000명의 병력을 유지하는 데 연간 650억 달러(약76조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병력 1000명을 늘리면 추가로 10억 달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파병의 효과도 쟁점이다. 즉각 대규모 파병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선 부정부패와 마약 밀매를 차단해 아프간 정부의 정책 집행력을 높일 수 있어 결국 아프간 전쟁을 종결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아프간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민사 업무까지 미군이 도맡을 경우 아프간 정부의 자생력을 억누를 수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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