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온라인판매 '접속 대기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결혼 10주년을 맞은 김원구(회사원.37)씨. 아내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해주고 싶은 김씨는 인터넷에 들어가 온라인 보석상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가 고른 것은 반지. 아내의 손가락 사이즈와 함께 필요한 장식과 보석을 고르자 몇 가지 디자인의 반지 모양이 PC 모니터에 떠올랐다. 김씨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 주문했고, 반지는 1주일만에 택배로 배달됐다.

주문형 온라인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업체들이 주로 다뤄온 상품은 규격화된 공산품이나 서비스. TV.CD롬.서적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대부분 대량생산되는 상품이다 보니 개인의 기호나 취미가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온라인쇼핑몰이 전문화되고 취급 품목도 세분화되면서 고객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주문 제작해 주는 '온 디맨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김치에서 음악CD까지〓최근 문을 연 '하나비'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국 8도의 김치를 고를 수 있다. 포기김치에서 고들빼기?이르기까지 10여 가지를 판다. 입맛에 따라 매운 맛, 짠 맛, 신 맛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만 담은 CD도 살 수 있게 됐다. 서울 압구정동의 더뮤직컴퍼니코리아(TMC)는 가요.팝.클래식 등 3천여 곡 중 고객이 고른 14 곡을 CD에 녹음해 판매한다. 이 회사는 다음달부터 전문 인터넷웹사이트도 열어 고객이 제작 의뢰한 곡들을 담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지난 24일 주문형 인터넷 음악방송 '두밥' 서비스를 시작했다.

총 4만여 곡의 가요.팝.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가운데 원하는 곡을 저장해 두었다가 수시로 들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규격화된 PC만 팔던 데서 벗어나 최근 '주문 즉시 조립 후 배송' 하는 방식을 도입, 맞춤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케익을 만들어 주는 '인터넷빵집' 도 등장했다.

하나비의 고홍승 사장은 "예전에는 주문형 서비스가 대량생산.대량판매되는 제품보다 비쌌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면서도 판매가격은 낮춰가는 곳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원하는 물건을 더 싸게〓같은 상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을 모아 한꺼번에 구매함으로써 구입가격을 낮출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조인트' 는 인터넷을 통해 사고싶은 물건을 주문하면 일주일 동안의 주문량을 취합해 구입물량을 확정, 제조업체와의 가격 협상에 들어가는 사이트다.

상품을 배달받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게 흠이지만 시중 가격보다 15% 이상 싸게 살 수 있어 인기다.

상품 공급업체들을 경매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가전제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예쓰월드에서는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면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경매를 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구입가격이 결정된다.

여행상품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미리 정해진 여행상품을 들고 여행객을 찾아나서지만 사이버여행사들은 비슷한 여행일정을 가지 사람을 모은 뒤 여행상품을 확정한다.

대표적인 것이 '웹투어' . 네티즌이 경비와 행선지를 정하기만 하면 여행사가 상품을 만들어 준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