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낯선 운동등 스트레스 되레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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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노라면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지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는 신경이 곤두선 상태. 따라서 심장.위장관 등 자신의 의지 없이도 저절로 움직이는 자율신경계(自律神經系)는 계속 긴장을 한다. 이처럼 늘 긴장상태에 있다보면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나 위장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당뇨병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관절염환자는 통증이 심해진다. 불안.우울 등 정신과 증상도 뒤따르기 쉽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운동을 하라는 것이 스트레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처방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신디 카르맥 박사팀도 미국에서 발행되는 애널즈 오브 비헤이비어럴 메디신 최신호에서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대학생과 평소 신체 활동량이 적은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훨씬 더 잘 극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운동만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전부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운동의학 박원하(朴元夏)교수는 "운동종목에 관계없이 경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며 "운동을 하면서 점수를 매기거나 내기를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내기에 져 경제적인 손해까지 봐야 한다면 오히려 운동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골프를 치면서 내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을 더하는 셈이다. 프로선수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서로 경쟁하며 운동해야 할 때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동 강도도 중요하다. 朴교수는 "운동 자체에 몰두해야 할 정도로 강도와 속도가 붙는 운동이라야 한다" 고 조언한다. 예컨대 산책처럼 움직이는 동안 자신의 고민을 자꾸 되새길 수 있는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

예컨대 자전거를 타더라도 실내의 고정식 자전거보다는 거리를 주행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운동에만 몰두하다 보면 운동하는 동안 모든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데다 운동 후 체력도 좋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운동종목은 본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朴교수는 "기술이 필요한 운동은 기술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히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테니스.골프 등 운동법을 익혀야 하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 들려준다.

등산처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적당하다는 것. 주부.프리랜서 등 자기시간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엔 혼자서 하는 운동보다는 단체로 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업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도 가족 혹은 친구와 더불어 하는 운동이 좋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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