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맞아 자서전 펴낸 신춘호 농심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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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춘호(辛春浩.70)농심 회장이 자신의 맏형인 신격호(辛格浩.77)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의 독립과정과 성공담, 자신의 경영철학 등을 담은 자서전 '哲學을 가진 쟁이는 幸福하다' 를 펴냈다.

辛회장은 지난 19일 고희(古稀)를 맞아 임직원.가족.친구 등 1백50여명을 서울 대방동 사옥으로 초청, 출판기념회를 겸한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辛회장은 자서전에서 지난 60년대초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는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기' 로 롯데공업주식회사(농심의 전신)를 창업, 35년간 숱한 어려움 속에 라면과 스낵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소고기라면.인스턴트 자장면.너구리.안성탕면.신라면 등이 고비 때마다 히트해 현재의 농심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들 히트상품은 자주 왕래하던 일본에서 주로 힌트를 얻어 만들어냈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도 많았다고 자부했다.

이 가운데 인스턴트 자장면은 자금난으로 부산공장을 매각하기 직전에 히트해 회사를 구해낸 효자상품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스낵류에서 최대의 히트를 한 '새우깡' 은 이제는 출가한 막내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으로 부르는 것을 듣고 여기에 힌트를 얻어 제품이름에 '깡' 을 넣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지난 66년엔 50개들이 라면 박스마다 껌.담배.탁상시계 등을 경품으로 넣는 판촉 마케팅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辛회장은 식품업계에 대한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규제' 를 없애기 위해 발벗고 나서 싸운 얘기도 썼다.

'辛라면' 의 이름을 지을 때 식품위생법상 '상품의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는 한글보다 크게 할 수 없다' 는 불합리한 규정을 지난 88년 개정토록 관철했다는 것.

지난 89년 '우지 파동' 때는 기술개발연구소.홍보실 등을 동원해 경쟁사를 적극 지원했다고도 밝혔다.

경쟁업체가 살아야 동종 업체도 산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라면.스낵쟁이 인생' 이라고 표현한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쟁이' 를 우대하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는 "나는 회사에서 발행하는 수표에 내 손으로 도장 한번 찍어본 적이 없다" 며 "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기니까 더 잘하더라" 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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