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 장르 넘나드는 음악축제 뮤지컬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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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연출가 이윤택과 서울예술단이 손잡은 뮤지컬 '태풍' 이 지난 주말 막을 올렸다. 셰익스피어.세기말.이윤택….

이런 매력적인 요소의 결합에 실력파 뮤지컬 전문배우 남경주와 이정화까지 가세해 관심을 모았던 대작으로 이 가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가운데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였던 작품이다.

체코 작곡가 바르탁과 한국의 김대성씨가 작곡을 맡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이번 작품은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은 음악이 먼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라이브 연주가 전혀 없이 전곡을 녹음에 의존하다 보니 생동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들을 잘 조화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프로스페로(신구) 등 현실세계의 인물들은 바르탁의 서양음악이, 요정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장면은 김대성의 동양음악이 각각 맡아 음악만으로도 작품 분위기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주인공 미란다(이정화)와 퍼디넌트(남경주)의 이중창인 테마곡 '나는 당신을 느껴요' 나 퍼디넌트의 '태풍의 심판' 등 바르탁의 음악은 클래식한 곡들과 경쾌한 탱고, 탭댄스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런가하면 요정 에어리얼과 흙의 요정 캐러번이 부르는 김대성의 곡들은 한국적인 선율임에도 편곡으로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듣기 편하다.

원작 자체가 산만하다고는 하나 좀 더 다듬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추방당한 공국의 통치자 프로스페로와 딸 미란다, 태풍으로 조난당한 알론조 왕(송용태)과 퍼디넌트 왕자, 이를 둘러싼 충신 곤잘로(유희성)와 안토니오(박철호.박원묵), 요정 에어리얼과 캐러번(이기동.조정근) 등 등장인물이 나열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버렸다.

사랑을 이루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비중을 높이려던 연출가의 의도가 오히려 산만한 느낌이 들게 했다.

중량감 있는 연기는 돋보여도 노래는 다른 배우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신구의 노래가 극 초반에 집중 배치돼 분위기를 가라 앉게 하는 것도 아쉽다.

이런 문제점이 눈에 거슬린다 해도 관객들은 무대에서 불어나오는 태풍을 맞는 색다른 경험으로도 이번 작품에 만족하는 듯하다.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 목.금.토 오후 3시 추가, 일 오후 3시.7시 공연. 02-523-0986.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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