휑한 공간이 푸른 정원으로 '옥상의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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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동국관 옥상.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이 곳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환풍기만 덩그라니 놓여져 있던 '썰렁한' 옥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이곳엔 작은 연못이 흐르고 소나무와 단풍나무, 말캐나무, 산철쭉 등 각종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다.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정원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아무도 찾지 않던 휑한 공간이 이제는 학생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머리를 식히는 웰빙 휴식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친환경 캠퍼스'를 주도하고 있는 동국대학교는 지난 2005년부터 캠퍼스 건물 옥상을 정원으로 꾸미는 사업을 시작했다. 쓸모 없이 방치되던 옥상을 학생과 교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자연과 더불어 학습할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도다. 자연도 살리고, 버려진 공간도 활용하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지난해 11월 동국대의 학림관·만해관·동국관·학생회관·혜화관·학술 문화관 등 6개 건물 옥상 10764㎡(약3300평)이 약 5개월의 공사를 거쳐 정원으로 변신했다. 사용된 비용은 총 17억 원. 2002년부터 옥상공원화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시가 11억9000만원, 동국대학교가 5억1000만원을 부담했다. 남산 N타워, 신라호텔에서도 옥상 정원이 한눈에 보여 서울 시내 조망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남산 녹지와 잘 어울리는 조경을 만들고 교내 건물 옥상을 생물 서식 공간으로 만들어 도시열섬화 현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중대부고 옥상에도 지난해 12월 아늑한 정원이 생겼다. 각종 수생식물과 야생화가 심어져 있는 작은 연못은 물레방아가 빙빙 돌아가며 고풍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전망대 주변에는 노란 장미를 심어 삭막함을 없앴다. 학교 옥상이 아닌 작은 숲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학생들은 옥상을 수시로 찾으며 공부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106개의 평범한 건물 옥상들이 이처럼 아늑한 정원으로 변신했다. 헌법재판소 등 42곳의 공공기관과 광운대학교 등 64곳의 민간빌딩 등 총 106개 5만9285㎡ 면적의 건물 옥상이 푸른 옷을 입었다.

서울시는 녹지가 풍부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옥상공원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남산 가시권 지역은 70%, 북악산 가시권은 70%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서울시청 푸른도시국 조경과 관계자는 "요즘엔 문화교실, 마을문고 등 문화복지시설을 건물 내 운영하는 주민센터가 늘어나면서 주민자치센터에 옥상 공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동안 화곡3동 주민센터 등 25개소에 옥상공원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도심 한복판에 생기는 정원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옥상공원을 조성한 건축주·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조사 결과 96.2%가 "옥상공원 조성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건물 입주자가 만족해서(65.1%), 냉난방에너지가 절약된다(15.5%)는 이유에서다.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생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옥상 정원을 환영하고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는 내년 옥상공원화사업을 위해 오는 30일까지 참여 건물을 신청 받고 있다. 자격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준공이 완료됐고 꽃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녹화 가능 면적이 99㎡ 이상인 건물이다. 신청 문의는 건물이 소재하는 구청 공원녹지과 또는 서울시(120)로 문의하거나 푸른서울가꾸기 홈페이지(http://green.seoul.go.kr) 새소식란을 참고하면 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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