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두 과제는 탈레반 축출, 국토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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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다녀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7년 다산·동의부대의 윤장호 병장이 폭탄테러로 숨지고 샘물교회 자원봉사자들이 피랍되는 사태를 겪은 이후 아프간에 대한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 유력 언론사인 아프가니스탄그룹 오브 뉴스페이퍼의 카짐 알리 줄자리(사진) 부회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살펴봤다.

“아프가니스탄은 크게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탈레반·알카에다 등 무장세력들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토를 재건하는 것이다.”

카짐 알리 줄자리 부회장은 25일 전화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의 당면 과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재건사업 등에 적극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대선 결선투표와 관련,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결선 투표를 수용한 만큼 투표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테러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프간 현지 분위기와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

“2001년 탈레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병원·학교 등 기본적인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국민은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40개 이상의 나라가 군대와 국토 재건 지원팀을 아프간에 보냈다. 한국도 예전에 다산·동의부대를 파견해 의료 서비스 등을 폭넓게 펼쳤다.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국 내 여론은 아프간 지원에 신중하자는 얘기가 많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국인이 테러에 희생된 것에 분노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8, 9월에도 미군과 영국군 등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소속된 군인들과 해외에서 파견된 민간지방재건팀(PRT) 인력이 많이 희생됐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곳에선 하루에 수십 명씩 테러에 희생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 같은 불행을 단절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의 능력만으로는 현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아프간 재건사업을 위한 인력이 파견될 경우 안전 문제는.

“현재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남부 등 다른 곳에 비해 아프간 중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파견된 전투병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부 지역에서 재건활동을 벌인다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음 달 7일 대선 결선투표가 예정돼 있는데.

“8월 20일 대선 이후 아프간은 부정 선거 시비로 혼란이 심했다. 탈레반과의 전쟁 외에도 선거 문제까지 겹친 것이다. 다행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결선투표를 수용했다. ”


-결선투표 시 변수는.

“가장 큰 위협은 탈레반의 공격이다. 8월 대선 투표에서도 투표 참여를 막기 위한 무차별 테러 공격으로 투표율이 38.7%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투표를 미룰 순 없다. 유엔 등에서 선거감시를 하는 만큼 공정한 선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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