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 과학 아닌 법리에 근거해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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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황우석(56) 박사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황 박사는 2004~2005년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한 뒤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에서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2006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난자를 불법매매한 혐의(생명윤리법 위반)와 연구비 횡령 혐의도 포함됐다.

황 박사 연구팀이었던 이병천·강성근 서울대 교수와 윤현수 한양대 교수, 김선종 전 미즈메디연구소 연구원,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도 함께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06년 6월 20일 첫 공판이 열린 이래 올해 8월 24일 선고 전 마지막 재판까지 43차례나 재판을 했다. 그 사이 법원 정기 인사에 따라 재판부도 두 번이나 교체됐다. 20여 명의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고, 연구진·전문가 및 농협·SK 관계자 등 60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250여 쪽 분량의 판결문 작성에는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기소 후 3년5개월 만인 26일 이뤄지는 1심 재판부의 선고는 1시간3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배기열 부장판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문제를 법원에서 결론 내릴 수 있겠느냐”며 “이번 판결은 황 박사를 둘러싼 과학적인 쟁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부장판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유사한 판례가 없어 애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황 박사가 논문이 조작된 것을 알면서도 연구비를 타내려고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논문의 진위는 학계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애초 기소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8월 24일 재판에서 검찰은 “이런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황 박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황 박사는 재판 과정에서 “논문 조작을 지시하진 않았지만 포괄적 책임은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고 전 마지막 재판에선 함께 기소된 연구진을 감싸며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머지않아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재판 때마다 150석에 달하는 방청석의 대부분을 메우며 그의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 앞에서는 1인 시위와 지지 서명, 황 박사 지지 현수막이 사라질 줄 몰랐다. 최근엔 국회의원 55명과 서울과 대전의 구청장들이 황 박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올해 8월 황 박사가 활동 중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연구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심 선고가 어떻게 나든 검찰과 황 박사 측의 항소 가능성이 열려 있어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 박사 측 한 인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항소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황 박사는 소모적인 법적 공방이 무의미하며 앞으로 연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황 박사는 지난 22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복제견 인도식에서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란 말을 깊이 새기고 정진하겠다”며 연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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