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 생각하면 눈물난다는 요 깜찍한 11살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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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이 아이를 보면 웃다가도 콧등이 시큰해진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서러운 더부살이를 하는 신신애 역의 서신애(11·사진). 보름달 얼굴에 넓은 미간, 반달 같은 눈웃음,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매가 ‘요즘 아이’ 같지 않다. 오목조목 인형처럼 생긴 해리(진지희)와 첫눈에 대비된다.

이 아이들의 티격태격이 시청자를 웃고 울린다. ‘하이킥’은 태백산맥 오지에서 상경한 신신애·세경 자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서울 이야기. 주인집 딸 해리에게 뺨까지 맞을 정도로 수난을 겪지만, 신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해리의 구박이 실은 ‘가진 것 없어도 언니와 사이 좋게 지내는 신애’에 대한 질투라는 것도 시트콤의 묘미다.

“실제로는 해리와 친해요. 맞고 때리고 하는 것도 다 연기니까…. 극 중 신애랑 저랑 다른 점은, 음, 왜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콜라·아이스크림·자장면이 다 신기한 신신애가 이해 안 되는 걸 보니, 서신애도 ‘요즘 아이’ 맞다. 하긴, 또래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역 배우 아닌가. 22일 MBC 일산 드림센터에서 만났을 땐 다음날 새벽 7시까지 ‘몰아치기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이날은 ‘뽑기 중독’에 빠진 신애 이야기. 퀭한 얼굴 분장을 해주던 분장사가 “다크 서클이 이미 있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하자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거울 볼 때도 이 부분(눈밑 그늘)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요. 그리고 앞니.” 삐죽거리며 신애가 말했다. 어머니 김수진씨는 “눈 아래 피부가 연해서 좀 피곤하면 다크 서클이 짙어진다”며 “나중에 자라면 시술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 눈밑 그늘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하는데. “아이답지 않게 사연 있어 보이는 얼굴”이라는 신세경(세경 역)의 표현처럼, 슬픔이 더 빛나는 ‘김병욱식 시트콤’에 최적인 얼굴이다.

“평소엔 장난을 잘 치고 쾌활한 성격인데, 촬영 들어가면 무서울 정도로 집중력을 보여요. 감정표현이 다채롭고요.” 김병욱 PD가 신애를 눈 여겨 본 것은 드라마 ‘고맙습니다’(2007)를 보면서. 당시 신애는 에이즈에 걸린 봄이를 맡아 ‘초코파이 할배’ 신구와 가슴 찡한 호흡을 보여줬다. 실은 본격 데뷔작도 ‘눈물 연기’다. 2004년 어느 우유 광고에서 “잘못했습니다”를 되뇌며 그렁그렁 눈물 맺힌 채 우유를 마시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눈물 연기를 어쩜 그리 잘 하냐고 묻자 신애는 “그냥 가족 생각만 하면 눈물이 고인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좋아하는 과목은 체육·과학. 뭐든 안 가리고 잘 먹는 편이며, 가장 존경하는 연기자는 이순재·강부자 선생님이란다. “그냥 촬영장에 오면 신나고 재미 있어요. 아직 사극을 안 해봤는데요, 나중에 검객 같은 거 해보고 싶어요.”

‘하이킥’은 주인공 가족의 가장이 이순재라는 것 외엔 ‘거침 없이 하이킥’(2006년11월~2007년7월)과 공통분모가 없다. ‘꽈당민정’ 등 캐릭터를 강조했던 전작에 비해 서사 중심으로 흘러간다. 웃기기보다 자주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등 독특한 아역을 창조해 온 김병욱 PD는 “시골 아이의 눈으로 요즘 사회의 풍요로움 이면을 짚어보고 싶다” 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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