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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줄기세포로 정자 만들기’ 1년 안에 빛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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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정자가 없어 고민하는 남성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임 치료 시술이 머지않은 장래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CHA의과학대 이동률 교수팀(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간 정원 줄기세포의 장기간 증식·배양기법’을 17~21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09년 미국 생식의학회’에서 발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고환 안에 존재하는 정원 줄기세포는 평생 증식하며 일부가 남성생식세포로 분화돼 정자를 만든다. 정원 줄기세포에서 정모세포, 정세포의 단계를 거쳐 정자가 된다. 따라서 무정자증은 정원 줄기세포에서 정자가 되기까지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이 교수팀은 18명의 폐쇄성 무정자증 환자와 19명의 정자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증 환자로부터 정원 줄기세포를 분리했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배양기법과 성장인자를 이용해 6개월 이상 장기간 증식·배양했다. 이들이 성공한 것은 정자의 전단계인 정세포까지. 따라서 현재 정세포에서 정자를 만드는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정자를 만드는 기술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1년 후면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험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임연구는 일본이 한 발 앞서 있었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성장인자 등을 이용해 정원줄기세포의 장기간 배양에 성공한 바 있다.

차병원 연구팀 역시 2003년 실험동물인 생쥐의 정원 줄기세포의 분리·증식 배양방법을 개발했고, 이어 이번에 사람에게서 정원 줄기세포의 배양에 성공해 기술력에서 일본을 따돌리는 쾌거를 이뤘다.

이동률 교수는 “이번 정원 줄기세포의 증식·배양은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 없이 배양해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불임치료뿐 아니라 난치병 세포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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