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이 사은·경품 행사장으로…투표율 높이기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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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민주시민으로서 신성한 권리' 를 행사하는 투표장이 사은품 행사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잇달아 실시된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하자 선관위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투표한 유권자들에게 사은품이나 보상금을 내걸고 있는 것.

18일 치러진 대전 서구의회 만년동 선거구 재선거장에서는 투표를 끝낸 유권자들이 선관위가 제공하는 장바구니를 한개씩 받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장바구니 선물은 대전시 선관위가 투표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것. 선관위는 특히 주부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통할 것으로 보고 개당 6백50원짜리 지갑형 장바구니 6천개(유권자 1만여명)를 준비했다.

하지만 당초 선관위 기대 투표율(목표 50% 이상)과는 달리 이날 오후 1시 현재 투표율은 12.7%(예상 투표율 20%)로 신통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치른 충남도의회 아산 제2선거구 보궐선거 투표율은 24.4%로 강태봉(姜泰鳳.53.자민련)후보가 유효 투표 수의 49.4%(7천7백73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유권자수(6만6천20명)의 11.7%에 불과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이같은 투표율은 농번기인 지난 6월16일 치러진 충남도의회 서천 제2선거구 보궐선거 투표율(35.7%)보다도 11.3%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더우기 충남도 선관위는 아산시와 함께 아산 제2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구내 2백15개 통.리 가운데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을 선정, 주민 숙원사업비로 1천만원을 지원키로 했었다.

충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 특정 정당 선호도가 높은데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심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 고 말했다.

각 시.도선관위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 풍조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총선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은품이나 보상금을 내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권자들의 발길을 돌리는데는 '투표율 하락현상' 은 속수무책이다.

대전〓최준호.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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