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터뷰] EBS '노자…' 강좌 철학자 김용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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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TV와 노자 철학. 철학자 김용옥 교수가 어울릴 것같지 않은 이 둘의 '중매' 를 시도한다. EBS가 22일부터 내년 2월27일까지 56부작으로 방영할 '도올 김용옥의 알기 쉬운 동양고전-노자와 21세기' (월~목 밤 10시40분부터 40분씩)에서 '전파강좌' 를 여는 것. 철학을 주제로 한 TV교양강좌로는 유례가 없는 기획이다.

김교수는 '노자와 21세기' (통나무)라는 교재까지 만드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SBS '명의특강' 등 몇 차례 TV로 외출한 적이 있는 김교수는 좌중을 휘어잡는 열정적 강의자로 유명하다.

또 파격적 언행으로 심심잖게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그는 왜 TV강좌를 열며 무슨 말을 하려는가.

- 평소 TV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20세기의 특징은 대중사회의 도래인데 바로 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TV의 속성은 상업주의다. 철학자의 소신을 가지고 보면 TV는 나쁜 면이 많다. "

- 나쁜 면이 많은 TV에서 강의를 맡은 이유는.

"지금 TV처럼 강력한 것이 어디 있나. 대학에서 10년 강의하는 것보다 TV에서 석달반 강의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매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비극이다. 서구의 경우 버트렌드 러셀, E.H.카 등 대사상가의 TV 강연을 통해 TV를 좋은 쪽으로 만들고자 하는데 우리는 그게 너무 부족하다."

- TV가 좋은 기능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방송은 너무 이미지에 집착한다. 사실은 인간의 언어처럼 다양하고 강력한 이미지가 없다. 언어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기존의 교양프로라는 것이 교육을 내세운다고 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미를 창출하는 방식이 다양해져야한다. "

- 아무래도 TV의 기본 속성은 이성적이라기 보다 감성적이라는 원천적 제약이 있지 않나.

"인간을 감성적으로 빠져들게 하면서 냉철한 이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게 명강의다. 바로 유머감각이다. 전세계적으로 명강의자는 유머의 대가들이다. 인간에게 유머를 전달할 수 없는 지식은 괴로운 지식이다."

- 왜 하필이면 노자를 통해 21세기를 조망하나.

"노자의 무위(無爲)는 행위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강력한 행위다. 즉 적극적인 사회철학이다. 노자가 살고 있던 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 즉 통치자들의 치부, 도시의 문제등 모든 것이 있었다. 거기서 참조해야 한다. "

- 동양사상이나 고전 강의와는 어떻게 다른가.

"개화기 초기에 노자를 강의하면 아무도 안들었을 것이다. 20세기는 서양이 지배하고 21세기는 동양의 정신문명이 도래한다고 하는데 웃기는 얘기다. 지금 노자를 한다는 것은 21세기에 노자를 빌어서 우리 문제를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 우리의 문제를 고전에 있는 힌트와 암시를 가지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동양 사상 제시한다는 식으로 가면 국수주의적인 것이 되고 나라를 망치는 거다. 관심은 현재와 미래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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