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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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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아직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업소가 많은 것은 비싼 수수료 때문" 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인위적인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회사의 생존기반을 악화시키며 이는 결국 카드 활성화의 후퇴를 가져올 것" 이라는 카드회사측 입장이 맞서고 있다.

*** 부실채권 손해 소비자에 떠넘기는 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지급수단인 신용카드는 거래와 소득의 흐름을 명확하게 해 가장 효과적인 탈세방지책으로서 투명사회를 만드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확대를 위해 올해 소비자상대 업종 9만 업소를 신용카드 의무가맹점으로 지정했고, 카드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엔 매출전표 복권제를 실시한다.

YMCA가 1월과 7월에 카드수납을 꺼려왔던 대형 병원의 가맹과 사용실태를 조사하는 등 시민.소비자단체가 여러 업종의 신용카드 가맹실태를 감시하는 데 힘입어 시민생활과 밀접한 부문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3분기의 경우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그런데 카드사용 확대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신용카드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큰 유감이다. 그 중에서도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 사용확대 여건조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사용액은 85년에 비해 97년엔 1백50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현행 수수료율은 10~20년 전 신용카드 도입 초기에 설정된 이후 거의 그대로이고 외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원가를 보면 3분의1 정도가 연체비용 및 대손상각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카드남발과 무리한 회원확충으로 인한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가맹점 공동이용제도 도입 등 관리비용을 절감하면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의 25~30% 인하는 가능하다고 본다.

높은 가맹점 수수료는 원가 부담 요인이 돼 가격에 반영되고 일부 업종에서는 가맹점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게 한다. 따라서 업소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민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대한 수수료 인하가 시급하다.

서울YMCA와 11개 사업자 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7개 신용카드회사에 18일까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구체적 일정과 범위를 요청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신용카드에 대한 사용자제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통한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신용카드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근원적인 전략이며 투명사회의 기초라고 본다.

서영경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

*** 카드사간 경쟁유도 시장에 맡겨야

최근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은 투명과세를 실현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의 가맹점가입 의무화 방침과 관련, 일부 가맹점단체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함에 따라 이러한 취지가 가맹점 수수료 논쟁으로 변질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맹점 수수료란 회원이 물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이 부담하는 일종의 금융거래비용이다.

카드사가 회원을 대신해 먼저 가맹점에 대금지급을 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회원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금융비용 등의 대가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대금의 선지급에 따른 금융비용 이외에도 가맹점의 관리 및 유지비용, 매출표 처리비용, 회원청구비용, 채권회수비용, 인건비 등도 포함된다.

한국여신전문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2.78% 정도다. 현재 1.5~5%까지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국내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손익분기점보다 약간 높은 2.86%다. 이는 미국평균 1.9%보다 높고 일본의 3.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수수료율이 낮은 것은 카드사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미국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연평균 6%대 이하인 반면 한국은 평균 10%대 이상이다.

일부 가맹점들은 불량회원의 과다모집으로 인한 연체손실을 가맹점에 전가해 수수료율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카드산업이 무담보.무보증의 순수 신용거래로서 부실채권 발생이 높다는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들의 경쟁에 의해 92년 평균 3.5%에서 98년에는 2.9%로 매년 약 0.1%포인트씩 인하됐고 앞으로도 시장기능에 의해 적정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다. 인위적인 수수료율 인하는 결국 회원으로의 부담이전 및 신용카드 활성화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해결책은 카드사간의 경쟁에 의한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물론 카드사들도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회원.가맹점.신용카드사 모두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제도와 틀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용 <비씨카드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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