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거짓진술 강요했나" 野, 법사위서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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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은 검사(사시 2회)시절 '무색무취하다' 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평판은 성품 탓도 있지만 정치.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별로 맡지 않은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장관이 된 뒤 검찰이 맡은 골치아픈 사건을 의원들에게 해명, 설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7일 국회 법사위도 마찬가지다.

金장관은 특별검사에 의해 검찰 수사결과가 뒤집어진 옷 로비, 언론 문건 수사, 서경원(徐敬元)밀입북 사건의 재수사를 놓고 험악한 질타를 들어야 했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게 옷 전달 시점에 대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추궁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은 지난 청문회 때 연정희(延貞姬.김태정 전 법무장관 부인)씨 집에 밍크코트가 배달된 시점을 98년 12월 19일로 정확히 짚어낸 바 있다.

李의원은 "밍크코트 배달.반환시점, 鄭사장의 장부 조작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은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드러낸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연희(崔鉛熙)의원도 "검찰의 날짜 조작 사실은 옷 로비 검찰 수사가 엉망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라며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고 金장관에게 화살을 쏘았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국민회의 박찬주(朴燦柱)의원은 "검찰이 날짜를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작의 명수' 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고 쏘아붙였다.

언론 문건 수사도 金장관을 곤혹스럽게 했다.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은 한 사람도 소환하지 않고, 하드 디스크 복구작업에 중앙일보를 배제한 이유가 뭐냐" (李揆澤의원), "본말이 전도된 수사" (朴憲基의원)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기에 자민련 송업교(宋業敎)의원까지 "사건의 본질인 '언론 장악' 여부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변질됐다" 며 "문일현(文日鉉)씨와 통화한 청와대 관계자도 조사하고, 이종찬(李鍾贊)씨 사무실도 압수수색해야 한다" 고 가세했다.

서경원 사건 재수사에 대해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대한 재수사는 특정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 (朴憲基의원)라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철저하게 재수사해야 한다" (朴燦柱의원)고 맞서는 국민회의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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