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로 맛본 실패의 쓴잔 신기술 개발로 이겨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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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22면

국순당 배중호(56) 대표의 막걸리 예찬은 끝이 없었다. “막걸리는 신토불이 술”에서부터 “한국인의 몸속엔 막걸리 DNA가 흐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막걸리에 대한 애증도 엿보였다. 주류업계 최초로 1992년 ‘바이오탁’이란 이름의 살균 캔 막걸리를 상품화했다가 쓴맛을 본 것도 국순당이었다.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아픈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13일 서울 강남의 국순당 본사에서 배 대표를 만났다.
-왜 시장이 살균 막걸리를 외면했다고 보나.

막걸리 인생 국순당 배중호 대표

“국순당은 출범 초기에 약주와 막걸리 제품을 동시에 개발했다. 당시 퇴계원에서 바이오탁 제품을 생산했는데 판매구역 제한제도가 걸림돌이었다. 잘 팔리지 않았다. 헌법소원을 내는 등 법정 투쟁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사업을) 접었다. 95년 살균 탁주가 먼저 풀리고 2000년에 가서야 완전 철폐됐다. 당시 수출하려고 해외로도 뛰어봤지만 낯선 술에 고개를 돌리더라.”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부터 분 막걸리 열풍이 국내로도 번졌는데.
“평소 막걸리가 좋은 술이라고 외치고 다녔지만 솔직히 이런 시대가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생막걸리가 백세주를 수량으로 제친 건 오래전이고 최근엔 금액으로도 앞섰다. 술은 어느 나라나 규제 대상이지 장려 대상이 아니다. 나도 술 제조업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누가 만들어도 만들어야 한다면 몸에 조금이라도 좋은 술을 만들자는 게 내 원칙이다.”

-막걸리가 좋은 점은 뭔가.
“우리 식습관이 쌀 중심이다. 쌀과 관련된 미생물이 한국인의 장 속에서 자란다. 생막걸리에 들어 있는 유산균·효모·미생물과 같은 것이다. 식이섬유 등 영양분이 많아 다이어트 효과도 크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춰진 술이라는 것이다. 막걸리는 테킬라처럼 굵은 소금 안주만으로도 진미를 느낄 수 있다.”

-막걸리 세계화가 가능한가.
“막걸리는 독특한 술이다. 충분히 세계인의 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발효 억제 기술을 이용하면 생막걸리 유통 기한이 1~3개월까지로 늘어난다. 지금은 통상 10일이다. 생막걸리의 해외 수출 길이 열린 것이다. 막걸리는 싼 술이라는 인식도 깨야 한다. 저가부터 고가 제품까지, 쌀막걸리부터 퓨전막걸리까지 가격과 제품의 다양성이 확대돼야 한다. 그렇다고 상품만 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술 문화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특히 건강식으로 알려진 한국 음식이 자리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술도 같이 나간다.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디자인과 포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주세를 술 가격으로 매기는 종가세 대신 알코올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국산 주류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종가세로 하면 좋은 원료를 쓰면 가격이 비싸져 세금이 배로 뛴다. 한국·멕시코 등 3개국만 종가세다. 일본은 15년 전에 종량세로 바뀌었다.”



배중호 대표는
배상면주가 창업주인 부친 배상면(85)씨의 뒤를 이어 국순당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한국의 전통주 복원과 건전한 술 문화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엔 막걸리 명품인 ‘이화주’를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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