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가벼워졌는데 더 따뜻해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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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28면

2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의류 매장. 회사원 김상진(28)씨는 “겨울철에 등산도 하고 스노보드 탈 때 입을 수 있는 다운재킷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요즘 의류 매장엔 다운재킷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이른 겨울 채비를 하는 고객을 겨냥해 8월에 제품을 출시했다”며 “현재까지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4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지난해보다 10∼20%, 아웃도어 업체들은 많게는 2∼3배까지 공급 물량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자체 기획한 패딩점퍼 1만6000장을 내놓았다. 지난해(5000장)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물량이다.

날씨 쌀쌀해지면서 다운재킷 인기라는데

티셔츠보다 가벼운 80g짜리 신제품도
부드러운 새털을 속감으로 사용해 보온성이 뛰어난 다운재킷은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수년 전만 해도 다운재킷은 부피가 커 뚱뚱해 보이는 데다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평이었다. 무게 또한 800g∼1㎏ 남짓해 비교적 무거운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제품은 가볍고 따뜻하면서 디자인이 세련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복원성·통기성도 나아졌다.

올해 아웃도어 업계에서 내놓은 다운재킷은 보온성을 높이면서도 1g이라도 더 무게를 줄이려 한 것이 특징이다. 겉옷인데도 입은 느낌이 안 들 정도로 가벼울뿐더러 복원력이 우수해 둘둘 말아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어 휴대가 간편하다.

몽벨이 출시한 ‘EX 프리미엄 다운재킷’(25만원)은 무게가 140g(여성용)으로 어지간한 티셔츠(200∼400g)보다 가볍다. 필파워(FP) 지수가 900FP로 국내에 나와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높다. FP는 옷을 접었다 폈을 때 얼마나 부풀어 오르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다운재킷의 복원력과 보온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대체로 650FP 이상이면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행할 때 옷의 무게는 평지에서보다 6∼7배가량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요즘은 부피가 작고 콤팩트한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더 가벼운 제품도 있다. 푸마가 선보인 구스다운(25만9000원)은 섬세한 구스다운 주입 방식으로 재킷 무게를 최소화해 남성용과 여성용 재킷이 각각 100g, 80g에 불과하다. 네파의 ‘퍼텍스 구스다운자켓’(24만원)은 방풍성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게는 260g으로 FP 지수는 850이다.

누빔 봉제법 등으로 다운 빠짐을 최소화하고 특수 소재를 사용해 보온성을 높인 제품도 눈에 띈다. 코오롱스포츠 ‘발키리 2.0’(25만원)은 이중 다운 유출 방지(DDLP) 기술을 써 다운이 새지 않도록 했다. 회사 측은 “테플론 가공과 정전기 방지 가공을 해 때가 잘 타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헤드도 다운재킷에 다운이 흘러내리지 않는 세로 퀼팅(자수), 봉제선으로 다운이 새지 않는 특수 봉제 등 고유의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노스페이스는 ‘아콘카구아’(31만원)에 인체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을 증폭시켜 주는 광전자섬유를 적용해 체온 밸런스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이들 제품은 주로 헝가리산 거위 털을 충전재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복원성과 보온성을 높이려면 깃털은 최소화하는 대신 솜털은 많이 써야 한다”며 “고가 제품은 솜털 사용 비중이 93% 이상 된다”고 설명했다. 고급 제품일수록 깃털의 딱딱한 깃대가 원단을 뚫고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고가 제품은 주로 헝가리산 거위털 써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도 눈길을 끈다. K2 ‘디터쳐블’(32만9000원)은 내피의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프로스펙스는 ‘윈드스토퍼’ 소재를 쓰고 입체적으로 소매를 디자인하는 등 걷기에 적합한 구스다운(32만원)을 내놓았다. 허리 라인을 넣어 팔을 앞뒤로 흔들 때 마찰을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아디다스 ‘Q4S아디핏 다운재킷’(19만5000원)도 이중 처리된 지퍼를 활용해 기본핏·슬림핏의 두 가지 연출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스타일리시 MD팀의 성기환 과장은 “다운재킷은 겨울철 스테디셀러로 지속적 인기를 얻는 아이템”이라며 “최근 업체 간 경쟁이 심해져 할인행사나 각종 이벤트가 많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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