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 당시 검찰관계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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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 내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

89년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사건을 직접 수사했거나 지휘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을 아꼈다.

일부는 아예 언론의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 이들은 10년만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로 '구설수' 에 오르는 데 대해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로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상형(李相亨)경주지청장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고 전제한 뒤 "당시 신문을 보라. 검찰의 공소장까지도 다 나와 있다" 고 짤막하게 말했다.

'고문에 의한 조작수사' 였다는 徐전의원 주장에 대해 즉답은 피했지만 검찰수사가 적법하게 진행됐음을 당시 언론들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들렸다.

실제로 89년에도 徐전의원 자백의 임의성 여부를 놓고 고문시비가 일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날씨가 더워 문을 열어놓은 탓에 교도관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는 내용을 수사결과 발표문에 삽입했었다.

지휘체계상 李검사의 직속상관인 당시 공안1부장은 대검 중수부장시절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을 수사해 명성을 쌓은 안강민(安剛民)전 서울지검장.

安변호사도 "코멘트할 것이 전혀 없다" 면서도 "지금 뭐라고 왈가왈부할 수 있겠나. (검찰의)조사과정을 지켜보자" 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기수(金起秀)서울지검 1차장(검찰총장 역임)-김경회(金慶會)서울지검장(현 형사정책연구원장)-김기춘(金淇春)검찰총장(현 한나라당 의원)으로 이어진 당시 검찰 지휘부 3명은 모두 회의 또는 기타사유 등으로 접촉을 거부하고 측근을 통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는 입장만을 전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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