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수출 불안감 줄여줄 환율 안정책 나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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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던 '11월 대란설' 이 무사히 넘어갔다. 우려했던 대규모 자금인출도 없었고 금융시장 혼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가 워낙 고강도 처방을 내렸던 터라 큰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던게 사실이었는데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다 미 스탠더드앤푸어스(S&P)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란 낭보(朗報)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이제 한국 경제의 골치거리들이 대충 정리된 것인가. 불행히도 천만에 말씀이다. 따지고 보면 '진짜'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란설만 해도 정부가 '돈 찍어서라도 막겠다' 는 '초(超)경제논리적' 수단을 동원, 시한을 내년 2월8일(환매 비율이 95%로 높아지는 시점)로 미뤄놓았을 뿐이지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총선을 목전에 둔 내년 2월에 대란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둘 리야 없겠지만, 문제는 뒷감당이다.

'일단 돈으로 막고보자' 는 식이다 보니 정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제는 속으로 멍이 들고 있다. 현재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몫만도 94조2천억원(지방정부 몫 18조여원 제외).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빚이 96년 36조8천억원에서 3년새 2.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대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돈과 힘' 을 동원, 억지로 봉합해 놓았을 뿐이지, 국내외 채권단 사이의 갈등 등 불안 요소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더욱이 이런다고 대우가 되살아날지도 미지수이고.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경제 여건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곳곳에 암초가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정치권은 '표' 만 의식, 장밋빛 꿈만 심어주고 있어 자칫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아.

한편 이번 주의 최대 관심사는 외환수급 및 대기업 부채비율에 관한 정책 방향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환율이 급락,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가 외환수급 안정대책 마련에 나섰다. 어떤 내용이 담길지, 또 얼마나 약발이 먹혀들지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연내 대기업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이 단호한 것 같다. 물론 재계도 무조건 연기하자는 것은 아니고 조선.무역 등 불가피한 업종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인데, 오는 1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진 수사의 전개 방향 그리고 조양호 회장의 구속이 한진 경영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도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나 주가 오름세가 계속돼 1000포인트 시대가 재연될지 여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다.

김왕기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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