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적발 문화재 실태] 보물 2점 간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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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화 한국' 이 부끄럽다' 국가가 지정한 보물(寶物)을 입맛대로 도금하거나 형태를 바꾸는 일들이 벌어지는 데도 관리를 책임진 정부 부서는 뒷짐을 지고 있다. 선조가 남긴 쇠도끼날 등을 허술하게 보관해 온통 녹이 슬고 있으며, 국도 확장공사를 한다고 삼국시대 고분을 파헤치고 있다.

감사원이 14일 밝힌 문화재청 특감결과는 허술한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사라지는 국가지정 보물〓 '감자금니대반야바라밀다경(嵌字金泥大般若婆羅密多經)' 은 보물 제887호다.

그러나 지금은 행방불명이다. 88년 5월 소유자가 사망한 후 문화재청의 국가지정 문화재 대장에는 상속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이번에 확인해본 결과 기증받았다는 사람은 "그런 사실이 없다" 고 부인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재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보물 제775호 세소자금강반야바라밀경도 비슷한 이유로 '행불' 이다.

◇ 삼국시대 고분지역에 세워지는 휴대폰 기지국〓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시.군의 개발사업 인허가 부서는 문화재 업무부서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경북 포항시와 대구시 달성군은 삼국시대 고분군으로 확인된 지역에 면적 2만2천여㎡ 규모의 공장설립사업계획을 승인하거나 개인휴대통신 기지국 건설을 위한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내줬다. 문화재 업무부서와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부산국토관리청은 경주~포항간 국도 확장공사를 하면서 삼국시대 고분군 지역을 2백m나 파 들어갔다.

◇ 녹슬고 있는 유물〓선사시대 손도끼 같은 금속류 매장문화재는 출토되면 산화(酸化) 등으로 부식되기 쉬워 습기 방지시설을 갖춘 수장고에 보관하거나 이런 시설이 없으면 운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의 쇠도끼날의 경우 항습(恒濕)시설이 없는 곳에 보관되다 보니 현재 벌겋게 녹이 슬어 있다.

반면 신생대(약 2천만~3천만년 전) 고래화석의 경우는 발견자가 마음대로 매각한 사실도 이번에 적발됐다.

◇ 신고없이 대학박물관 등으로 들어간 유물들〓Y대는 국내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인 충남 공주군 석장리 지역을 지난 64~74년까지 발굴조사했다.

그리고 출토된 유물 5만1천4백93점을 신고도 하지 않고 25년간 자체 수장고 등에 보관했다. 지난 67년 9월 부산지방경찰청이 '관세법 위반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문화재 2천2백여점을 모 대학박물관 등 7개 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데도 문화재청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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