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사람 내세우면 무소속 출마…" 與 원외위원장들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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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신당이 영입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물갈이' 의 '물' 자만 들어도 깜짝 놀란다. 이들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2일 청와대로 불렀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金대통령은 "신당에 누가 들어오더라도 지역구민이 바라지 않는 사람은 공천하지 않겠다" 고 다독거렸다. "여론조사를 해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겠다" 며 원외들의 근심과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 모두 조용히 경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를 나온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1시간여 계속된 오찬 동안 金대통령이 연설에 40분을 써버려 참석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물러나와야 했다" 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밥만 먹고 나왔다" "항상 하시는 원론적 말씀" 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불안감이 덜어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다만 노골적 불평을 할 경우 공천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영입인사에 대한 비판엔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이석형(李錫炯)변호사와 오영식(吳泳食)전 전대협의장의 공천설이 도는 서울 은평을 이원형(李沅衡)위원장은 "15대 때 떨어진 것은 분당(分黨)때문" 이라며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나서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 성토했다.

박용호(朴容琥.전 KBS 아나운서)씨가 도전장을 낸 인천 계양.강화을 정해남(丁海男)위원장은 "선거구제나 당적에 관계없이 나는 무조건 출마한다는 뜻을 이미 朴씨에게 전했다" 고 미리 배수진을 쳤다.

"11년동안 위원장을 맡아 고생한 것을 세상이 다 안다(경기 파주 金炳浩위원장)" 며 '무소속출마 불사' 의 뜻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곽치영(郭治榮)데이콤 사장의 출마설이 있는 용산에선 오유방(吳有邦)위원장측이 "郭사장이 여기 온다면 자살행위가 될 것" 이라며 사수(死守)의지를 천명했다.

이런 지역이 수도권에서만도 서울 중.성동.구로.동대문구, 인천 중.남동구, 경기 안양.이천, 강원 춘천.원주 등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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