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유재영 '다시 월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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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강이 말간 곤충 은실짜듯 울고 있는

등 굽은 언덕 아래 추녀 낮은 집 한채

나뭇잎 지는 소리가 작은 창을 가리고

갈대꽃 하얀 바람 목이 쉬는 저문 강을

집 나간 소식들이 말없이 건너온다

내 생애 깊은 적막도 모로 눕는 월정리

- 유재영(51) '다시 월정리'

읽어보니 시조였구나. 시조를 읽다가 시조 밖의 시라 한들 탓할 것도 없겠다. 벌레소리를 은실 짜는 것으로 나타내고 나뭇잎 지는 소리로 작은 창을 가린다 함이 어지간히 한 소식 들릴 듯하다. 누가 어디 가서 이만큼만 헤매고 이만큼만 깨치면 되리.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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