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6자회담 테이블로 북한 이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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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근(사진 왼쪽)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과 성 김(오른쪽)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다음 주 미국에서 접촉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국장은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와 뉴욕 북한문제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 특사가 두 토론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북아협력대화는 미 캘리포니아대 산하 ‘세계 분쟁 및 협력연구소’ 주최로 6자회담 참가국 외교·국방부 관료와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6∼27일 이틀간 개최된다. 뉴욕 토론회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열린다.

국무부의 이 당국자가 미 정부 참석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내용은 평소 그의 발언 성향으로 미루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대북 협상을 맡아 온 김 대표를 파견키로 한 것은 이번 회의를 북·미 양자 대화를 위한 준비협상으로 활용하겠다는 미국 측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시기와 일정, 방북 시 협의 의제 등을 놓고 조율작업을 벌일 걸로 전망된다.

북한과의 이번 접촉에 임하는 미국 측 입장은 분명하다. 본격적인 북핵 협상은 북·미 양자 대화가 아닌 6자회담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기존의 비핵화 관련 합의 이행 여부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 대화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연계시켜 실질적인 핵 담판을 지으려는 북한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 이근-성 김 간 만남에서 얼마나 접점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시점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일에도 북한에 대한 완전한 핵 폐기 요구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평화연구소(USIP) 주최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들은 미국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대북 제재를 없앨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현재의 대북 제재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평소엔 미국에 대해 ‘적대정책을 폐기하라’며 큰 덩어리로만 주장하다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내거는 것이 북한의 협상 스타일”이라며 “양측이 모두 ‘시간을 너무 끌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경우 11월 중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북·미 양자 대화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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