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리 '월드 팝스타'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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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아시아 가수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63년 일본가수 사카모토 큐의 '스키야키' 가 유일하다. 79년 역시 일본의 여성 듀오 핑크 레이디가 메이저 음반사(워너)에 발탁돼 미국시장을 노크했지만 37위( '키스 인 더 닥' )에 그쳤다.

그로부터 20년. 아시아 가수가 세번째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6월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에서 화려한 춤과 노래로 국내 팬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대만 여가수 코코 리. 팝음반계의 '공룡' 소니가 리키 마틴에 이어 또한번 월드 스타 후보로 미는 재목이다.

코코 리는 지난 3일 홍콩에서 전세계 기자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야심적인 미국 데뷔음반 '저스트 디 어더 웨이' 의 발표식을 열었다. 이 음반은 이달 초 한국 등 아시아 9개국에서 동시 발매되며 미국에선 내년1월 발매된다. 비록 대만인이지만 아시아 가수로는 드물게 미국에 진출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만하다.

코코 리는 '옐로우 머라이어 캐리' 라 불릴 만큼 캐리와 비슷한 가창력을 가졌다. 소울적 감성이 풍부한 그녀의 목소리는 흑인음악 특유의 한(恨)이 부족한 대신 상큼하여 듣기가 좋다.

그녀 음반은 '아시안 인베이젼(아시아 가수의 미국침공)' 을 위해 오랫동안 다듬은 병기와 같다. 첫 싱글 '내 사랑을 원하나요' , 타이틀곡 '저스트 노 어더 웨이' 등 수록곡들 대부분이 시럽처럼 달콤하고 쉬워 쏙쏙 들어온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없어 표피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깜찍한 웃음, 시원시원한 춤사위 등 음악외적 요소가 이런 느낌을 덮어버린다.

코코 리는 3천만명 넘는 미국내 히스패닉 인구를 노려 라틴팝 스타 리키 마틴을 만들었던 소니가 역시 엄청난 인구와 경제력을 자랑하는 전세계 화교권을 노려 내놓은 '글로벌 카드' 2탄이다. 코코 리는 대만인 부모 아래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 영어에 능하다. 여기에 노래, 춤, 외모 삼박자까지 겸비한 만큼 월드 팝스타 후보로 손색이 없다.

아쉬운 것은 목청껏 '세계화' 를 부르짖으면서도 아시아 시장조차 진출못하는 국내 가요계의 수준이다. 국내 음반시장의 80%에 불과한 대만에서 월드 팝스타 후보가 배출된 것은 어떤 면에서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국내 가수들은 가창력은 좋은 반면 외모, 춤, 언어 등에서 한가지씩 핸디캡을 가진게 문제다. 월드 스타를 만들려면 이들 요소를 모두 갖춘 '물건' 발굴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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