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뇌성마비장애 오인홍씨 병원서 작품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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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주중앙병원 325호.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로 입원해 있는 오인홍(吳仁洪.43)씨는 요즘 병원에서 환자가 아닌 화가 대접을 받고 있다.

서 있기조차 어려워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그가 지난 3일부터 병원에서 '작은 전시회-섬 그림전' 을 열고 있는 것. 단한번 제대로 된 정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아픈 몸탓에 초등학교 졸업장이 고작인 그가 이루어낸 결실이다.

하지만 병원 로비에 꽉찬 그의 작품 14점은 그가 살았던 고향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 풍경을 비롯 성산일출봉.외돌개 등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3년 시절 고열의 뇌염 증상을 앓다 후천성 뇌성마비 환자가 됐다. 언어 장애까지 겹쳐 그는 지금껏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가 8년 전 붓을 들었다.

신세 한탄만 하던 세월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그림' 을 떠올렸다.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일 때 담당의사가 스케치북에 쓱쓱 그려낸 그의 그림을 보며 용기를 북돋워 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림은 그후 그에게 희망으로 바뀌었다.

97년 퇴원 뒤 홀로된 노모(86)와 함께 살며 온평리 방구석에서 들기조차 힘든 붓을 들고 손에 잡히는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소일하던 그는 올해 다시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부자유스런 신체로 인해 생기는 장 폐쇄.마비 증세가 또 그를 짓누른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간호사.의사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다. 병원측도 선뜻 로비를 전시장으로 바꿔줬다. 꺼질듯하던 그의 생명의 불꽃이 다시금 지펴졌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몸일지언정 살아있는 동안 무언가를 해내고 싶었다" 는 그에게 담당의사인 오종훈(吳鍾勳)내과과장은 "몸은 병들었으되 그보다 더 건강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吳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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