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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소점포들 뭉쳐 사이버 공동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서울 마포에 있는 자동차경정비업체(일명 배터리가게) 현대카센터는 최근 점포 안에 펜티엄Ⅱ급 PC를 설치하고 인터넷도 연결했다.

카센터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가게를 알릴 수 있고 고객으로부터 수리예약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관계자는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는 등 이점이 있다" 고 소개했다.

동네 카센터.가구점.옷가게.공구점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조(共助), 대기업에 대항하는 사이버공동마케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비슷한 업종끼리 공동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비용을 절약하고 홍보를 하는가 하면 전자상거래 방식을 이용해 각종 부품의 일괄구매도 추진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아 급속도로 확산될 조짐이다.

◇ 실태〓지난 9월 개설된 '오토 파라다이스' 는 10여개 자동차경정비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50여군데가 참여하고 있는 군소 카센터의 연합 홈페이지. 이들은 중앙전산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으면서 각종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공동 사용하고 있다.

구로기계공구상가의 2천여개 점포도 인터넷 속에서는 하나로 움직인다. 이들은 공구상가조합을 통해 홈페이지를 만들어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사이트는 부품 종류별로 검색엔진을 달아놓았는데 실수요자 방문이 하루 1천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있다고 한다.

재래시장에도 인터넷 바람이 거세다. 동대문시장도 '인터넷동대문' 을 만들어 공동영업을 하고 있다. 2백여개 점포가 참여한 이 사이트에는 고객과의 직거래는 물론 재고떨이 등 각종 이벤트정보가 담겨 있다.

남대문시장도 최근 인터넷쇼핑몰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이밖에 가구생산공동협의체는 '가구장터' 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고 문정동로데오거리 의류점들도 '로데오거리' 를 준비 중이다.

양재동 꽃상가.방배동 이수가구상가 등도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업종에서 중소점포들의 인터넷 공동마케팅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 배경과 성과〓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으로 소형 점포가 홀로 버티기 어려워진 것도 이런 움직임을 가속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일일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효과가 작다고 판단, 동종 업종의 업체들이 상징적인 이름과 내용의 관문(포털)사이트를 만들어 공동운영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 공동 구매.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 경정비부문의 경우 소형 업체들은 부품 공동구매로 브레이크라이닝.전구.점화플러그 등을 종전보다 3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고객에게 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당연한 일. 또 항공사의 마일리지처럼 공임의 10%를 적립해주고 있는데 이같은 내용의 고객정보는 체인점을 연결해주는 인터넷망으로 모든 회원점포가 공유하는 것이다.

인터넷동대문의 박경식 대표는 "백화점들의 온라인 쇼핑몰사업에 자극받아 인터넷 공동마케팅을 하게 됐다" 며 "최근에는 외국에서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홈페이지의 경우 영문사이트에도 하루 1천명 이상이 찾아오며, 외국에서 하루 1백통 이상의 E메일이 날아온다고 시장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지난 4일에는 요시이 이나기.신타이 사이토 등 두명의 일본 보따리상이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와 각각 1천만원 정도의 상품을 사가기도 했다.

◇ 특징〓홈페이지마다 전자상거래 코너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등 재래시장의 경우 은행과 운송회사의 제휴도 추진, 본격적인 디지털 경제시대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구로공구상가는 각종 부품의 공동구매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만큼 저렴하게 각종 원자재를 조달받아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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