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양건 ‘베이징 6일’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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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건(사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중국 베이징에 엿새간 머물다 20일 평양으로 귀환함에 따라 그의 체류 동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대남 전략을 총괄하는 통전부장 직책을 가진 데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문단으로 서울을 다녀간 때문이다.

김 부장이 어떤 목적으로 중국에 나왔고 누구를 만났느냐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비밀 접촉설이 제기됐지만 정부 당국의 강한 부인으로 일단 진화된 형국이다. 그렇지만 김 부장이 고위급 회담 등 다른 남북 현안 논의를 위해 우리 정부 관계자와 만났을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그가 대남 정책의 실무 총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베이징으로 움직였다는 설도 나온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 원의 고위 인사가 김양건 부장과 접촉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현대 측 인사와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협의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을 대동한 것은 김 부장이 현대와의 사업을 총괄하는 북한 아태평화위원장 자격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잘못된 이야기며 현재는 그런 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접촉을 위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15일 베이징 도착 당시 일본의 한 민간 방송에 포착되면서 하토야마 내각 출범 이후 첫 북·일 비밀접촉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부장이 북·일 친선교류협회장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귀로에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이나 다른 제3국과의 협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김 부장은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오래 일한 국제통이다. 정부 당국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부장이 대미용이라면 김양건은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과의 협의를 위한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김양건 부장의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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