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부흥 목 빼던 터에 벼락처럼 떨어진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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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연맹은 각종 대책회의에다 세미나까지 열며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지도자는 “피겨의 김연아나, 수영의 박태환 같은 ‘돌연변이’가 나오기 이전에는 어렵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 단거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혜성이 나타났다. 21일 여자 200m에서 23년 묵은 한국기록을 경신한 김하나다.

경기도 파주 출생인 김하나는 육상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 육상에 입문했다. 타고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문산여종고 시절까지 멀리뛰기를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인천 남동구청에 들어가면서 훈련 중 발뒤꿈치를 다치는 바람에 도약이 어려워져 단거리로 종목을 바꿨다.

김하나의 육상 인생은 3년 전 안동시청으로 옮기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김하나의 신체 조건과 자질을 눈여겨본 안동시청 오성택 감독이 그를 스카우트해 정성껏 가르쳤다. 발뒤꿈치 부상이 완쾌되면서 기록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육상선수권에서 100m와 200m를 석권한 김하나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김하나는 “지난해 위가 안 좋아 고생을 했는데 올해는 많이 나아진 게 기록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태연히 말했다.


김하나는 ‘총알 탄 커플’이다. 정상급 남자 단거리 선수 임희남(25·광주시청)이 남자친구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남녀가 사귀는 셈이다. 교제한 지는 1년 정도 됐고, 양쪽 집안에도 인사를 했다고 한다. 결혼 계획을 묻자 김하나는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며 발을 뺐다.

김하나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바뀐 포상금 규정에 따른 첫 수혜자다. 일단 1000만원을 확보했고 기록을 깰 때마다 돈이 계속 쌓인다. 포상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묻자 “부모님께 좀 드리고, 나머지는 저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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