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종찬 처리 어떻게" 고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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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종찬(李鍾贊.JC)부총재의 거취문제에 대한 청와대.국민회의 등 여권의 행보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李부총재의 국정원 기밀문건 반출 파문이 터진 직후부터 여권 핵심부에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JC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는 기류가 형성돼왔다.

이런 와중에 문건반출 파문이 차기 대권을 겨냥한 그의 홀로서기 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까지 겹쳐 'JC 문책론' 은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문책의 형식으로 ▶대국민 사과 및 부총재직 사퇴▶출당(黜黨).사법처리 등 다양한 카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는 지난 1일 국정원이 전격적으로 JC의 여의도 사무실에 대한 보안점검에 들어간 데서부터 드러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조치는 JC에 대한 사전통보 없이 이뤄졌다" 며 "속전속결로 그를 정리하겠다는 신호인 셈" 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3일 "JC가 반출한 여권 문건 중에는 동교동계 등 권력핵심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자신의 잠재적 대권 라이벌들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 관측했다.

대선 도전을 위해 국가 최고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을 개인적 차원에서 활용했다는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 전 민심탐험' 을 내세운 그의 잇따른 지방강연에서 개혁속도 조절론이 제기된 것을 주목한다.

이는 '개혁적 국민신당 건설' 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국구상, 개혁지향 세력과 연대해 총선과 차기 대선을 돌파하려는 동교동계의 의중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현재 JC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이미 당직자회의(1일)에서 "(한나라당)정형근(鄭亨根)의원이나 정치인들이 공작이나 하고…" 라며 간접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JC는 "나도 피해자" 라고 역정을 내며 그냥 돌아간 뒤 3일에도 당직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도 계속 JC에게 "반출한 문건 내역과 문일현(文日鉉)씨로부터 받은 문건이 무엇인지 사실대로 모두 얘기하라. 그래야 정도(正道)에 따라 대처할 것 아니냐" 고 전모를 털어놓을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은 JC의 반격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국정원장을 거치면서 확보한 권력 핵심부 정보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JC 인맥' 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金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며 "적당한 선에서 파문을 수습해야 한다" 는 얘기도 나온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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