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참사] 중구청, 국화 동나자 조화로 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인천 인현상가 화재사건 희생자 유족 20여명은 1일 오후 2시쯤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최기선(崔箕善)시장 면담과 합동분향소 이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유족들은 ▶합동분향소의 실내체육관 이전▶분향소별 칸막이 설치▶崔시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 청원경찰이 정문을 막고 청내 진입을 저지, 시장 면담은 무산됐으나 분향소 이전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인천 중부소방서 중앙파출소 안준우(安俊禹.26)소방사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30여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확인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소방사가 된지 1년6개월밖에 안된 安씨는 현장 도착 직후 2층을 오르내리며 수많은 학생들을 구조하다 저산소증세가 심해져 정신을 잃었다.

잠시 인하대병원으로 후송됐던 安씨는 산소를 공급받은 뒤 다시 현장으로 뛰어가 구조활동을 계속해 30여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

安씨는 전경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지원작업을 벌이면서 생명을 구하는 소麗活?꿈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1백34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로 때아닌 조화(弔花) 품귀현상이 빚어져 인천시내 꽃가게들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화원업계에 따르면 평소 7천원 정도에 거래되던 흰 국화 1단(20송이)의 도매가격이 지난주말에 최고 1만2천원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시 중구청은 합동분향소에 10만~15만원짜리 국화 조화 대신 개당 1만5천원 가량 하는 종이로 만든 조화(造花) 70개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사고대책본부측은 합동분향소가 체육관으로 변경되자 현재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알뜰시장' 관계자들과 협의, 진열된 상품을 밤 사이 정리하고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참사와 관련, 이세영(李世英)인천시 중구청장은 1일 삭발한 모습으로 청사에 출근했다.

출근길의 李청장은 "책임을 통감하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 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市)와 정부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해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삭발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청 주변에서는 순수한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는 동조론과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깜짝쇼' 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한편 인천시는 이번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 전원에게 1인당 3백50만원의 장례비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인천〓김상국.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