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배수진은 강했다, 맵고 짠 S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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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렸던 SK가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SK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3으로 승리했다. SK는 선발투수 채병용의 호투와 베테랑 박재홍의 선제 결승 투런 아치에 힘입어 원정 2연패 뒤 홈에서 2연승을 달렸다. KIA는 9회 초 2득점하며 한 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5차전은 하루를 쉰 뒤 22일 오후 6시 서울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다.

◆하위 타선이 힘을 낸 SK=올 정규시즌에서 SK는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가 열 명에 이를 정도로 상·하위 타선이 고른 기량을 보여줬다. 이날 4차전에서 SK 상위 타선은 KIA 왼손 선발투수 양현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1~5번 타자 중 톱타자 정근우만이 유일하게 내야안타 한 개를 때려냈을 뿐이다.

그러나 SK에는 중심타선 못지않은 파워를 지닌 하위 타선이 있었다. 2회 말 2사 후 6번 정상호가 볼넷으로 걸어나가 기회를 만들었다. 7번 타자 박재홍은 볼카운트 0-3에서 양현종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한가운데 높은 직구(구속 144㎞)를 놓치지 않고 받아 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비거리 115m)을 때려냈다. 박재홍은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5회 말 SK의 추가점도 하위 타순에서 나왔다. 선두 정상호가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박재홍이 1루수 앞 희생 번트로 1사 3루 찬스를 잡았다. 8번 타자 나주환은 양현종의 초구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 스코어를 3-0으로 벌렸다.


◆부상 투혼과 호수비=마운드에서는 채병용이 투혼의 역투를 펼쳤다. 지난 6월 팔꿈치를 다쳐 올 시즌 뒤 수술을 앞두고 있는 채병용은 5와3분의2이닝을 5피안타·5탈삼진·1실점으로 막아내며 한국시리즈 통산 3승(1패 2세이브)째를 따냈다. 오른 팔꿈치 근육이 찢어지고 연골이 닳은 상태인 채병용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로 호투해 김성근 SK 감독으로부터 “사람의 집념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는 칭찬을 들었다.

SK 좌익수 박재상의 호수비 두 개도 KIA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박재상은 6회 초 KIA 이용규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낸 데 이어 7회 초에는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를 왼쪽 펜스에 몸을 부딪치며 걷어 올렸다.

◆무위에 그친 KIA 타순 변화=조범현 KIA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줬다. 톱타자였던 이용규를 제외하고 종전 2~6번 타자들을 한 타순씩 위로 올렸다. 4, 5번이던 최희섭과 김상현을 3, 4번에 배치하고 이종범을 5번 타자로 기용했다. 조 감독은 “9번 이현곤이 1번 타자라 생각하고 타순을 짰다. 이종범을 김상현 뒤에 둔 것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득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감독의 구상은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9번 이현곤이 6회 초 솔로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날리고 1번 김원섭도 2안타로 제몫을 해냈으나 2~5번 타자들이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 실패했다. 2번 장성호가 두 개의 병살타를 때렸고 클린업트리오 중에선 최희섭만이 1안타를 기록했다. KIA는 1-4로 뒤진 9회 초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으나 김상현이 헛스윙 삼진, 이종범이 파울 플라이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나지완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으로 3-4로 추격한 뒤 맞은 2사 만루에서는 이현곤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돼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인천=신화섭 기자

양팀 감독의 말

▶김성근 SK 감독=SK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팀이다.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선수들이 평소보다 좋은 기량을 보인다. 투수들이 잘 던졌다. 이제 SK의 흐름을 탔다고 본다. 6번 정상호 다음 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7번에 박재홍(2회 투런 홈런)을 낸 것이 적중했다.

▶조범현 KIA 감독=투수들은 그런 대로 잘 해줬는데 타선이 터지지 않아 걱정이다. 4차전에서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흐름을 타기 위해 공격적인 타순을 짰다. 1·3회 2번 타자 장성호의 병살타가 아쉬웠다. 내일은 타격 훈련에 중점을 두면서 모레 5차전 이후를 구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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