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호수공원·안곡습지·서삼릉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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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 앞쪽과 뒤쪽에서 각각 촬영한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어요.” 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 허기철 부지부장에게 고양시는 곳곳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오릉과 서삼릉, 수도권 산책코스 1위로 뽑힌 호수공원, 생태보고인 습지가 멀지않다. 그곳엔 이제 막 가을빛이 들기 시작했다.

갈대 배경으로 한 컷
“이곳이 눈에 밟혀 이사 간 후에도 1주일에 두세 번은 찾아올 거예요.” 지난 12일 일산호수공원 자연학습원(일산동구 장항동)에서 만난 주부 송미생(56·일산서구 주엽동)씨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12월 인천으로 이사할 예정인 송씨에게 자연학습원은 마음에만 담아가기엔 아까운 곳이다. 일산호수공원 북쪽에 자리한 이곳은 남쪽 인공호수와 달리 호수공원 조성 이전부터 있던 자연호수다. 호수 안쪽으로 나있는 나무데크를 따라 자란 수생식물이 운치 있다. 유유자적 물위를 노니는 오리떼를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게 송씨의 귀띔. 사진동호회원들의 단골 출사장소다. 호수공원 제1주차장 주차 후 전통정원 앞.

안곡초등학교(일산동구 중산동) 옆 고봉산초입에 자리한 안곡습지는 도심에선 보기 드문 자연습지다. 아파트 부지로 흡수될 위기에 처했다가 6년 여에 걸친 시민운동으로 원형보존이 결정돼 지난 6월 생태공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새로 심은 나무가 뻘쭘하게 서있는 입구에 실망해서인지 세월의 더께가 앉은 공원 안 습지가 더없이 반갑다. 물억새·갈대·부들·줄 따위의 수생식물이 가득 들어선 습지는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

어른 키 높이로 자란 수생식물을 양옆에 끼고 묵논(농사를 짓지 않고 묵혀둔 논)습지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 습지 안쪽은 아직 자연미가 살아있다. “도심 습지는 양질의 산소 공급원”이라는 고양환경운동연합 박평수 집행위원장 말마따나 습지 근처에 다다르면 콧속이 시원해진다. 중산동 산들마을 2단지 앞 하차 후 안곡초등학교 옆길로 들어서 50m.

허 부지부장이 “시간 여유가 있다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한 곳은 장항습지다. 자유로 장항IC 부근 철책선 너머 강변에 울창한 버드나무 숲이 그곳이다. 군부대 작전지역으로 묶여 습지보전이 비교적 잘 돼있다.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일반인도 한강유역환경청(hg.me.go.kr)에 미리 신청하면 탐방이 가능하다. 장항습지는 군락을 이룬 버드나무·갈대가 볼거리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쉽게 눈에 띄는 고라니, 버드나무와 공생관계인 말똥게의 움직임을 쫓느라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해진다. 자유로에서 서울 방면으로 가다 장항IC 못미처 군부대 초소에서 신분 확인 후 출입할 수 있다.

호젓한 길 따라 두 컷
유명세 치르느라 ‘호젓한 길’에선 멀어졌지만 그래도 고양시에서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서삼릉 언덕길을 빼놓을 수 없다. 맞닿을 듯 뻗은 길 양쪽의 은사시나무가 500여m에 걸쳐 장관을 이룬 이 길을 제대로 누리려면 주말보다 평일을 선택해야 한다.

언덕길에서 내려오면 원당종마목장(덕양구 원당동)과 마주친다. 흰색 울타리와 녹색 초지가 어우러져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목장옆 은행나무 가로수길도 사진촬영 명소다.

인적 드문 길에서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서오릉 안쪽 순환길이 제격이다. 서오릉 정문에서 금천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선 후 수경원-순창원-익릉-대빈묘(장희빈묘)-홍릉 순으로 지나는 길이다. 4km 정도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서어나무 산책로도 빠트리지 말아야 할 코스다. 답사길라잡이 이성한 씨는 “왕릉 주변은 숲 조성이 잘 돼있어 사색하며거닐기에 알맞다”고 소개했다.

흥국사(덕양구 지축동)의 2km에 이르는 진입로도 한적하다. 참나무·상수리나무 등이 울창한 길로, 차량통행이 드문 데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걷기에 부담없다. 흥국사 대웅전에 앉으면 북한산의 5개 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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