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필하모닉, 예술의전당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3년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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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세기말 '불안의 시대' 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줄기 구원의 빛을 담은 음악은 어디 없는 것일까.

19세기말 자연과 인간의 모습에서 천상의 메시지를 발견해내고 삶과 죽음과 우주를 교향곡에 담아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게 그 해답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남다른 기획력으로 지방 시립교향악단의 모범적 사례로 손꼽혀온 부천필하모닉(지휘 임헌정)이 말러의 교향곡 전곡연주에 도전한다.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2002년 11월29일까지 3년간 10회에 걸친 대장정에 오르는 것. 예술의전당이 밀레니엄 기획으로 내놓은 야심작이기도 하다.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있으면서 지휘자로 바쁜 나날을 보낸 말러의 별명은 '휴가 작곡가' 였다. 시즌이 끝나는 여름철에만 한적한 전원에서 작곡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곡과 교향곡 외에는 별다른 작품이 없다. 교향곡은 모두 9곡. 하지만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제10번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 를 포함하면 모두 11곡이 되는 셈이다.

전기작가 파울 스테판은 말러의 교향곡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1~4번은 우주적 힘에 대항해 싸우는 한 개인을 묘사한 작품이며, 5~8번은 우주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는 철학적 음악가의 모습이다.

또 마지막 9번 교향곡에서는 자기 자신과 영원한 실체에 대한 투쟁은 끝나고 내면으로 침잠해 평화를 되찾는다는 것. 말러의 교향곡은 세속적 일상에서 천상의 아름다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우주' 다. 성가곡이 흐르다가도 주막에서 들었던 민요나 춤곡이 등장한다. 대편성의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섬세한 실내악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 게 매력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은 제5번 교향곡 중 4악장 '아다지에토' . 가슴을 저미게 하는 현악 합주는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 에서 흐른다.

'천인 교향곡' 은 5관편성의 오케스트라에다 7명의 독창자, 2개의 혼성합창단.소년합창단.오르간이 동원되는 매머드급 작품.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점(頂點)인 동시에 팽창일로를 거듭하던 교향곡 역사의 클라이맥스다.

제1악장은 가톨릭 미사곡의 라틴어 가사 '창조주 성령이여 오소서' 를 사용하고 2악장은 괴테의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 즉 구원받은 파우스트의 몸이 승천하는 대목을 음악화한 것이다.

가장 낙천적이고 길이가 짧은 것은 제4번 교향곡. 말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곡이다. 소프라노가 옛 바이에른의 민요를 부른다. 어린이가 천국과 푸른 하늘에 대해 갖는 이미지다.

말러의 교향곡이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60년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전곡 연주에 도전하면서부터. 말러를 즐겨 지휘했던 윌렘 멩겔베르크.브루노 발터.오토 클렘페러 등의 활약도 컸다.

말러가 함부르크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성악코치 겸 합창지휘를 맡았던 발터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 '교향곡 제9번' 의 사후(死後)초연을 이끌었다.

말러의 가곡과 교향곡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곡에 나오는 선율이 교향곡에 자주 등장한다.

오는 27일 공연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제1번과 함께, 이곡에 모티브를 제공한 관현악 반주에 의한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도 바리톤 전기홍(서울시립대 교수)의 협연으로 함께 연주된다.

S석(2만원)에서 10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10만원짜리 시리즈 티켓도 선보였다. 02-580-1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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