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자다가도 벌떡 깬다는 시뮬레이션 게임.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재미난 주제도 학계의 토론거리로 등장했다.
연세대 미디어아트 연구소(소장 임정택)는 지난 29일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게임 '삼국지' 는 조조.손권.강유 등 소설속 군주나 혹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주인공 삼아 천하를 제패하는게 목적인 게임. 발표자로 나선 '게임 경력 7년차' 의 이 대학 국문과 최유찬교수는 "활자세대와 영상세대의 세계 지각 방식이나 작품 이해 방식이 크게 다르기에 문학연구방법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 연구 동기를 밝혔다.
최교수가 분석한 소설과 게임의 차이는 몰입의 강도. "게임 속 천하제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에게 패할때 느끼는 극도의 증오와 분노같은 감정을 원래 소설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이 몰입의 강도는 게임이 소설의 발달사처럼 서사구조의 발전을 이뤄 가면서 더 커져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버전인 '삼국지6' 에는 군주의 인덕을 높이고 치안질서를 유지해야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심리전까지 등장했다.
최교수는 "마치 근대 소설이 인간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심리주의를 도입한 것처럼 게임속에서도 인간의 내면성과 정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간다" 고 설명한다.
이렇듯 발달된 심리묘사와 함께 원하는 주인공을 창조해 그와 자신을 동일화하며 자신만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가고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 또 "시뮬레이션 게임은 소설과 같은 기존의 서사를 변형하여 응용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 세계를 개척할 정도" 라며 "문학은 이런 가능성을 수용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는 결론을 내놓았다.
우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