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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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요즘 아이들, 자다가도 벌떡 깬다는 시뮬레이션 게임.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문학과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재미난 주제도 학계의 토론거리로 등장했다.

연세대 미디어아트 연구소(소장 임정택)는 지난 29일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게임 '삼국지' 는 조조.손권.강유 등 소설속 군주나 혹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주인공 삼아 천하를 제패하는게 목적인 게임. 발표자로 나선 '게임 경력 7년차' 의 이 대학 국문과 최유찬교수는 "활자세대와 영상세대의 세계 지각 방식이나 작품 이해 방식이 크게 다르기에 문학연구방법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 연구 동기를 밝혔다.

최교수가 분석한 소설과 게임의 차이는 몰입의 강도. "게임 속 천하제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에게 패할때 느끼는 극도의 증오와 분노같은 감정을 원래 소설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이 몰입의 강도는 게임이 소설의 발달사처럼 서사구조의 발전을 이뤄 가면서 더 커져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버전인 '삼국지6' 에는 군주의 인덕을 높이고 치안질서를 유지해야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심리전까지 등장했다.

최교수는 "마치 근대 소설이 인간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심리주의를 도입한 것처럼 게임속에서도 인간의 내면성과 정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간다" 고 설명한다.

이렇듯 발달된 심리묘사와 함께 원하는 주인공을 창조해 그와 자신을 동일화하며 자신만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가고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 또 "시뮬레이션 게임은 소설과 같은 기존의 서사를 변형하여 응용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 세계를 개척할 정도" 라며 "문학은 이런 가능성을 수용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는 결론을 내놓았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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