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초점] '대우 실사' 증시에 파장…은행·증권주 큰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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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다우와 대우가 번갈아 가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주에는 뉴욕 다우지수 1만포인트 붕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더니 금주에는 대우그룹 실사 결과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전망이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5일 800선이 무너진데 이어 사흘째 8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대금도 27일에는 1조8천억원대에 불과, 지난 5월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대우가 1천원 미만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는 지난 5일 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졌다가 하루만에 43포인트나 강하게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 대우채권 손실률에 민감〓실사 결과 금융기관의 대우채권 손실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당초 증시 주변에선 손실률이 30%정도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대우채권 손실률이 50%라고 가정하면' 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손실률이 50%안팎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당초 예상을 20%포인트나 웃도는 규모다.

특히 ㈜대우의 경우 부실률이 50%를 훨씬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장득수 신영증권 조사부장은 "실사 결과가 나쁘게 나와 손실률이 높을 경우 시장의 실망이 클 것" 이라며 "반대로 실사 결과가 좋게 나와 손실률이 낮아도 시장이 이를 신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28일 대우 해외채권단 전체 회의, 미국의 3분기 성장률 잠정치 발표 등도 향후 증시에 변수가 되고 있다.

◇ 대우 계열사와 은행.증권주가 문제〓손실률에 따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종목은 대우 계열 상장사와 은행.증권 등 금융기관들이다.

특히 대우 계열사들은 감자(減資)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줄 경우 감자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관련 李위원장은 "필요한 만큼 감자를 할 수도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우 계열사들은 대체로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점이 변수다.

감자를 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 3분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증권사들은 대우 손실률이 높아지면 영업실적이 이와 비례해서 나빠지게 된다. 은행중에는 한빛은행의 대우 여신이 3조7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외환.제일.조흥은행도 2조원대에 이른다.

증권사중에는 공사채형 수익증권 판매고가 큰 대형사들이 손해를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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