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줄도산…지방이 죽어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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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다." "지역경제 붕괴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전국 15개 주요 상호저축은행(이하 저축은행) 대표는 입을 모아 요즘 지역경제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소재지에서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대표적인 지역밀착형 금융회사다. 그래서 지역 내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소상공인들의 경영 현황을 손바닥 보듯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들에게서 지역경제의 실상을 들어봤다.

◆ 지역경기 실종=15개 저축은행 대표 중 '지역 경제가 괜찮다'거나 '어렵지 않다'고 답변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응답자 모두가 "지난해보다 지역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금화저축은행 이영일 대표는 "체감경기에 가장 민감한 택시업계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창업상호저축은행(광주) 문병식 대표도 "많은 자영업자가 월세 낼 돈을 벌기가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부산(부민).광주(창업).강원(도민).제주(으뜸) 등 4개 지역의 저축은행 대표들은 자기 지역의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나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나마 돈이 몰리고 있다는 충남.대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천안.아산 지역 정도만 돈이 돌 뿐 다른 지역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류제국 대전상호저축은행 대표)

특히 제일(서울).부민.으뜸저축은행 대표들은 "지역 내 건설업계의 경영위기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으뜸저축은행 김동언 대표는 "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제주 지역 건설업체의 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 일감이 없다=지방 경제를 조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저축은행의 어음할인 추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방의 대다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전히 결제대금을 어음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음을 주로 저축은행에서 할인해 마련하는 현금으로 공장도 돌리고, 임금도 준다.

그런데 저축은행 대표들은 저축은행의 어음할인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전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이나 중소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서 두드러진다. 이두영 한국저축은행 대표는 "서울에서는 6월의 어음할인 건수가 1만81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1239건)보다 15%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인천.경기 지역도 어음할인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정도 줄었고, 전북지역은 23%나 감소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이기헌 조사부장은 "어음할인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중소업체의 일감이 줄고 있는 데다 공사를 맡기거나 물건을 납품받는 대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설문 응답자(저축은행 대표이사)=스카이 류석현, 제일 김학용, 한국 이두영, 한솔 이종윤(이상 서울), 부민 박무수, 부산2 김민영(이상 부산), 금화 이영희, 한서 김재우(이상 인천.경기), 창업 문병식(광주.전남), 대전 류제국(대전.충남), 경우 정길영(울산.경남), 도민 김경수(강원), 대명 이정일(충북), 고려 조희국(전북), 으뜸 김동언 (제주)

표재용 기자

*** 바로잡습니다

8월 31일자 경제섹션 1면 "15곳 저축은행장에게 '체감경제' 물어 보니" 기사 중 인천 금화저축은행 대표와 제주 으뜸저축은행 대표 이름을 각각 이영희씨와 김동현씨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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